말속에 자연 40
심심풀이 땅콩
땅콩은 땅과 콩이 어우러진 말인데, 콩처럼 생긴 과실이 땅속에서 생겼다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남미를 탐사하던 유럽인들이 안데스산맥 동쪽에서 4천 년 전부터 재배하던 땅콩을 발견하였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것을 알고 가져와서 세계로 전파하였다. 지금은 중국, 인도, 나이지리아가 생산과 소비에서 1,2,3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 정조 때 중국에 사신으로 간 이덕무가 소개하였으나 지금의 땅콩은 1836년 중국에서 들여왔다.
정월 대보름에 견과류와 더불어 땅콩을 부럼으로 깨문다. 전래의 부럼은 밤, 호두, 잣, 은행이었다. 최남선이 1930년대에 쓴 글을 보면 요즈음 땅콩을 부럼으로 쓰기도 한다고 썼다. 우리가 실제 땅콩을 먹기 시작한 것은 1960~1970년대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였다. 견과류는 딱딱한 껍질에 둘러 싸여있고 열매가 익어도 열리지 않는데 비해, 땅콩은 꼬투리 형태로 익으면 열려서 열매를 볼 수 있다. 견과류는 땅 위에서 열리는 나무 열매지만, 땅콩은 초본류 열매이고 땅속에서 생겨서 자란다. 공통점은 지방과 단백질이 높고 저탄수화물을 함유하고 있는 것이다.
땅콩은 여름에 잎 겨드랑이에서 나비모양 노란색 꽃이 1~2개씩 핀다. 꽃이 수정되면 씨방이 든 자루 부분이 길게 땅속으로 들어가 꼬투리열매를 맺는다. 이런 특징이 있기에 땅콩을 낙화생(落花生)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땅콩은 땅속에 들어가 맺는 콩 종류 열매로 식물학으로는 뿌리가 아니라 열매이다. 땅콩을 보면 씨방 1개에 달리는 꼬투리에 열매가 2개가 대부분인데, 어떤 것은 3개도 있고 1개도 있다. 안에 든 열매 숫자에 따라 꼬투리 모양이 다르다. 콩 종류라서 뿌리혹박테리아가 공생한다. 그래서 흙이 거름 지지 않아도 잘 자라고, 땅콩을 심으면 지력을 회복한다. 다만 연작(連作)은 싫어하여 돌려짓기를 한다. '게으르기가 땅콩 같다'는 말이 있다. 땅콩은 잎이 수면 운동이 늦어 해가 한참 솟아야 잎을 펼친다. 농부들은 땅콩이 잎을 펼치기 전에 밭에 나가 보이는 풀을 맨다. 게으른 땅콩도 열매는 일찍 맺어 잎이 누러면 뽑으면 된다.
땅콩은 식품으로 그 자체를 식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버터 마가린 식용유로 가공하여 섭취한다. 또한 비누 윤활유 샴푸 다이나마이트를 만드는 니트로글리세린 원료 등 다양하게 이용한다. 디젤엔진을 발명할 때 독일의 루돌프 디젤이 처음 시도한 디젤 엔진이 석유가 아니라 땅콩 기름이었다.
예전에 완행열차를 타면 홍익회 직원이 열차에 다니면서 김밥과 군것질감을 팔았다. 그럴 때 "심심풀이 땅콩 있어요, 카라멜 있어요, 오징어가 있어요" 그러면서 지나다닌다. 캐러멜 땅콩 껌 오징어가 주 메뉴였고, 깡통맥주도 있었다. 볶은 땅콩에 맥주는 조합이 잘 맞았다. 역마다 열차가 서면 옥수수를 팔기 위해 창밖에서 몰려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열차 안 간식 판매는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갔다. 기내 간식에도 땅콩이 있었는데 땅콩회항 사건 뒤로는 쑥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집에서도 땅콩은 볶아서도 먹지만 밑반찬으로도 훌륭하다. 불포화지방이라 심혈관에 악영향은 적다는 얘기다. 작지만 알찬 것을 땅콩 같다고 하는데, 역사는 짧지만 우리들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작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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