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시 모음
매화
뜨락을 거닐자니 달이 사람을 따라오고
매화꽃 언저리를 몇 차례나 돌았던고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나길 잊었더니
옷깃에 향내 머물고 그림자는 몸에 가득해라
무제
옛날 책 속에서 성현을 만나보며
비어 있는 방 안에 초연히 앉았노라
매화 핀 창가에서 봄소식 다시 보니
거문고 대해 앉아 줄 끊겼다 탄식마라
백운산 매화
산사일등(山寺一燈)
소년시절 산사의 즐거움 가장 아끼느니
푸른 창 깊은 곳에 등불 하나 밝았었지
평생에 허다한 그 모든 사업들이
이 한 등불 아래서 발원하여 나왔다네
산거(山居)
산중에 사는 사람이라고 아무 할 일 없다 말을 마오
내 평생 하고 싶은 일 헤아리기 어려워라
축융봉을 내려오며(醉下 祝融峯)
내가 만리를 와서 기(氣) 바람 타니
끊어진 계곡, 겹친 구름에 가슴이 호탕해지네
막걸리 석 잔에 호기가 일어
멋대로 읊조리며 축융봉을 날아서 내려온다
청량산 축융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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