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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시(詩) 산책

퇴계 시 모음

향곡[鄕谷] 2007. 3. 31. 18:34






퇴계 시 모음

 

 

 

매화

 

뜨락을 거닐자니 달이 사람을 따라오고

매화꽃 언저리를 몇 차례나 돌았던고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나길 잊었더니

옷깃에 향내 머물고 그림자는 몸에 가득해라

 

 

 

무제

 

옛날 책 속에서 성현을 만나보며

비어 있는 방 안에 초연히 앉았노라

매화 핀 창가에서 봄소식 다시 보니

거문고 대해 앉아 줄 끊겼다 탄식마라

 


 

 

                                             백운산 매화

 

 

 

산사일등(山寺一燈)

 

소년시절 산사의 즐거움 가장 아끼느니

푸른 창 깊은 곳에 등불 하나 밝았었지

평생에 허다한 그 모든 사업들이

이 한 등불 아래서 발원하여 나왔다네

 

 

 

산거(山居)

 

산중에 사는 사람이라고 아무 할 일 없다 말을 마오

내 평생 하고 싶은 일 헤아리기 어려워라

 

 

 

축융봉을 내려오며(醉下 祝融峯)

 

내가 만리를 와서 기(氣) 바람 타니

끊어진 계곡, 겹친 구름에 가슴이 호탕해지네

막걸리 석 잔에 호기가 일어

멋대로 읊조리며 축융봉을 날아서 내려온다

 



 

 

                                       청량산 축융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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