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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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하송리 은행나무 /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신이 심은 나무

영월 하송리 은행나무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신이 심은 나무 천연기념물 제76호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하송리 128-7 당나라 현종이 새로 지은 악장(樂章)을 주변에 알리기 위해 사신을 파견하였다. 사신의 직분은 파락사(波樂使)였다. 악장은 궁중제례음악에 들어가는 가사이다. 당시 악장은 문학의 한 장르로 분류하였다. 신라 경덕왕(742-765) 때 파락사 신분으로 이 땅에 들어온 엄임의(嚴林義. ?~?)는 임무를 완수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려 했으나 문제가 생겼다. 당나라를 뒤흔든 정변인 안록산의 난이 일어났다. 황제의 신임을 받고 있는데 돌아갔다가는 신변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었다. 돌아가는 일정을 미루고 지금 영월지역인 내성군(奈城郡)에 머물렀는데 반란은 끝날 줄 몰랐다. 그는 그곳에 눌러살기로 ..

영월 동강/ 잣봉과 어라연을 걷는 숲길

영월 동강 / 잣봉과 어라연을 걷는 숲길 삼옥탐방안내소 - 갈림길 - 잣봉 - 어라연 - 갈림길 - 삼옥탐방안내소이동거리 9.2㎞. 이동시간 4:17. 휴식시간 1:39. 계 5:56 (2025.5.26. 맑음. 9.3~26.8℃) 영월은 두 물길이 만나는 땅이다. 동쪽으로는 정선을 지나온 물길이 내려오고, 서쪽은 평창을 거쳐서 또 한 물길이 흐른다. 동쪽 물길은 동강(東江)이고, 서쪽 물길은 서강(西江)이라 부른다. 두 물은 만나 남한강으로 합수하여 흘러간다. 동강을 두루 걷자면 정선에서 시작하여 영월까지 이틀은 묵어야 한다. 오늘은 거운분교 부근 삼옥탐방안내소에서 시작하여 잣봉과 어라연을 돌아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걸었다. 이곳에서 동강을 내려보며 절벽 위 산길을 몇 번 걸었던 곳이다. 섭새..

소만(小滿) 지나면 못자리 걱정 없다

말속에 자연 52 소만(小滿) 지나면 못자리 걱정 없다 소만(小滿) 은 5월 21일경에 돌아오는 여름 절기로 입하(立夏)와 망종(芒種) 사이에 있다. 이때가 되면 햇볕이 강하고 기온이 급격히 올라 마치 여름날씨 같다. 소만은 알곡이 조금씩 들어찬다는 의미이다.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생장하여 가득 차고 영글어가는 시기가 소만 무렵이다. 농가월령가에 '4월(음력)이라 맹하(孟夏. 초여름)되니 입하, 소만 절기'라고 그랬다. 소만 무렵에는 모내기를 시작하고, 보리를 베고, 김매기도 해야 하는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다. '소만 지나면 못자리 걱정 없다'라고 한다. 이때 모내기를 마치면 더 이상 그해 못자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초여름이 시작되고 알곡은 영글어간다. '소만 맑으면 큰 물 걱정 없다..

홍일점(紅一點) / 무성한 초록 속에 붉은 꽃 한 송이

말속에 자연 51 홍일점 (紅一點) 무성한 초록 속에 붉은 꽃 한 송이 어릴 때 집 마당에 꽃밭이 있었다. 장독대 바로 옆에 꽃밭에는 늘 꽃이 피어 있고, 여름에 비가 오면 파초가 새로운 잎을 펼쳐서 하늘을 열었다. 겨울이 되면 꽃밭에 꽃들은 자취만 겨우 남고, 작은 석류나무 하나가 한쪽을 차지했다. 석류나무는 크지 않아 자리 차지는 하지 않는다. 나무는 굽고 비틀어졌지만 고목이라 하기에는 작은 나무였다. 석류나무는 봄이 되면 꽃이 아름다웠고, 여름에 달린 열매는 나뭇가지가 늘어질 정도로 컸다. 겨울에 보는 모습과는 또 다르다. 기원전 2세기 한나라 무제 때 장건이 서역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올 때 마늘, 오이, 호도, 포도, 석류를 가지고 왔다. 석류는 열매가 큰 혹(瘤)처럼 생겨서 안석..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

말속에 자연 50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 아버지 산소에 들렀다가 어른 손톱만 한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를 보았다. 어릴 때 읽은 청개구리 동화가 떠올랐다. 청개구리 형제는 어미가 시키면 반대로만 하다가 어미가 죽으며 냇가에 묻어달라고 유언을 하였다. 청개구리는 마지막 유언을 지키려 냇가에 무덤을 썼다. 그 뒤 비만 오면 무덤이 떠내려갈까 청개구리가 울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불효자를 풍자한 이야기다. 말을 잘 안 들으면 어른들은 '청개구리 삼신이 들었나' 그런다. 개구리는 울음소리 '개굴'에 명사형 접미사 '-이'가 붙으면서 '개굴이'였다가 개구리가 되었다. 개구리에 대한 얘기는 오래되었다. 고대 부여왕 해부루가 산천에 아들 생기기를 빌었다. 바위 밑에서 금빛 개구리 모양인 아이를 얻어 후사를 ..

꽃가루 알레르기

꽃가루 알레르기바람에 날아온 꽃가루가 원인 봄이면 산에서 송홧가루가 날아온다. 집으로 날아온 꽃가루는 장독대나 처마 밑에 노랗게 쌓인다. 그래서 장독 뚜껑을 덮고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닫는다. 소나무 수꽃 꽃가루가 송홧가루다. 산에 가서 소나무 수꽃을 따서 천에 널어 봄볕에 말리면 송홧가루가 남는다. 꿀이나 조청에 타서 다식(茶食)을 만들던 그 송홧가루다. 온난화로 봄이 빨라져 나무들마다 꽃가루를 일찍 뿜어낸다. 꽃가루는 바람에 날려 꽃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을 괴롭힌다. 봄철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가루는 대부분 나무 꽃가루이다. 그중에 바람에 의해 씨를 퍼뜨리는 풍매화 나무들이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꽃가루 달력이 있다. 오리나무 꽃가루는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날리며, 자작나무는 3..

입하(立夏) 지나면 더위가 문턱을 넘는다

말속에 자연 49 입하(立夏) 지나면 더위가 문턱을 넘는다 입하(立夏)는 여름이 시작된다는 절기이다. 양력 5.5경으로 곡우(穀雨)와 소만(小滿) 사이에 온다. '입하가 지나면 더위가 문턱을 넘는다'는 말이 있다. 입하 전이 봄에 가까웠다면, 입하 이후에는 낮기온이 빠르게 오르며 낮에는 더위를 느끼게 된다. 산과 들에는 실록이 점점 짙어지며 이팝나무가 꽃을 피운다. 입하에 이팝나무 꽃이 한꺼번에 피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절기상 여름이 시작된다고는 하지만 봄기운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입하 무렵은 농작물이 자라기 시작하여 몹시 바쁜 시기이다. 농작물도 자라지만 해충도 번성하고 잡초까지 자라서 이것을 제거하는 행사를 권장하였던 것이 율력에 따르는 세시행사의 하나였다. '입하에 김을 매면 밥이 달다'..

광덕계곡 들꽃 탐방 / 경기 강원 접경 들꽃 산행지

광덕계곡 들꽃 탐방경기 강원 접경 들꽃 산행지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2025.4.23) 4월 하순 광덕고개로 가는 포천 백운계곡에는 벚나무와 개나리 꽃이 피었다. 이곳은 경기도 최북단이라 나무에 꽃이 피고 지는 시기가 늦다. 꽃의 행동은 주변 환경에 적응하여 움직인다. 봄나무가 꽃이 먼저 피는 까닭은 햇빛을 받는 기간과 낮은 온도에도 꽃눈이 분화를 일찍 마쳤기 때문이다. 이곳은 개화가 열흘 이상 늦은 것 같다. 산빛은 막 돋아나는 나무들 잎색에 따라 다르다. 연한 자줏빛은 서어나무가 많은 곳이고, 은빛이 비치는 곳은 다릅나무가 있는 곳이다. 참나무 종류 중에 갈색빛이 섞인 것은 상수리나무이고 초록빛이 짙으면 신갈나무다. 고로쇠나무는 연둣빛이 선명하다. 나무가 광합성을 가장 활발히 하는 때의 기..

청미래덩굴과 망개나무 / 망개떡을 싸는 잎은 …

청미래덩굴과 망개나무 망개떡을 싸는 잎은 … 청미래덩굴은 구불구불한 줄기에 뾰족한 가시가 달린 덩굴식물이다. 청미래덩굴은 꼬여 있는 뿌리(덩이줄기)를 약으로 쓰고, 그 뿌리 또는 줄기에 푸른색이 도는 덩굴식물이라는 뜻으로 추정한다. 식물 뿌리(덩이줄기)가 꼬여 있는 모습을 나타내는 우리말인 멸앳이 멸애로, 다시 미래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멸앳은 물열매(液果)로 보는 견해도 있다. 멸앳은 물여름(열매)에서 나온 말로 보기도 한다. 열매는 식용, 어린순은 나물로, 뿌리는 이뇨 해독 관절염 요통 종기에 사용한다. 땅속줄기 마디마다 수염 같은 뿌리가 달려 있고, 토복령이란 혹이 달려 있다. 토복령은 전분이 많아 흉년이 들었을 때 먹었다. 청미래덩굴은 산과 들에 흔히 자라 쉽게 볼 수 있다. 다양하게 ..

곡우(穀雨), 봄비가 내려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

말속에 자연 48 곡우(穀雨), 봄비가 내려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 곡우(穀雨)는 여섯 번째 절기로 봄의 마지막 절기이다.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있으며 매년 4.20 경이다. 곡우는 '봄비가 내려 백곡(百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곡(穀)은 곡식만이 아니라 모든 농산물을 의미한다. 곡우에는 새싹과 새순이 돋아나고, 본격적으로 농사철에 접어든 시기이다. 겨울에 얼었던 땅이 풀리고 한기는 없어져 씨앗을 뿌릴 토양이 된다. 이때는 물을 대기 시작하는 시기로 볍씨를 담그고 못자리를 준비한다. 곡우 때 오는 비는 농사에 필요한 비고, 이때 오는 비는 농사에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자가 마르고',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온다'는 말이 있다. 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