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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곳간/시(詩) 산책

술이 있는 옛시조 1

향곡[鄕谷] 2011. 10. 26. 23:17

  


   술이 있는 옛시조 1

 

 

   10월 네번째주 목요일은 막걸리 날로 정했다고 한다. 기념하는 날도 많은데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귀가 번쩍 뜨일 얘기다. 2011.10.27(목요일)은 첫번째 생긴 막걸리 날이다.

   막걸리는 삼국시대 이전 벼농사가 이루어진 때에 빚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막'은

   '함부로' 또는 '마구'라는 뜻이고, '걸이'는 '거르다'는 뜻이니 막걸리는 마구 거른 술이다.

 

 

 

 

단원 김홍도 「주막」

 

 

 

   짚방석 내지 말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 불 혀지마라 어제 진 달 돋아온다.

   아희야 박주 산채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 한호(韓濩)

 

 



   천지로 이불로 삼고

   강하로 술연못을 만들어

   천 일 동안 계속 마셔서

   취한 채 태평시절을 보내리라

         - 고려시대 대문호 이규보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나를 청하시오

   초당에 꽃이 피거들랑 자네를 청하옴세

   백년간 시름 없을 일을 의논코자 하노라

           - 김육(金堉)

 



 

   한 달 셜흔 날에 취한 날이 몇 날이리

   잔 자븐 날이야 진실로 내 날이라.

   그날 곳 지나간 후ㅣ면 뉘 집 날이 될 줄 알리

           - 김천택

 

 



   한 번 죽은 후ㅣ면 어늬 날에 다시 오며

   심산(深山) 긴 솔 아래 제 뉘라 차자와셔

   술 부어 저 잡고 날 권하며 노새 하리 잇시리

           - 김천택

 

 



   이러니 저러니 말고 술잔 먹고 노세 그려

   먹다가 취하거든 먹은 채 잠이 드러

   취하여 잠든 덧이나 시름 닛자 하노라

            - 작자 미상

 



 

   술에 취하거든 깨지 말게 삼기거나

   님을 만나거든 이별 업게 삼기거나

   술 깨고 님 이별하니 그를 슬허하노라

           - 작자 미상

 

 



   술 없는 꽃이야 있으나마나

   임 없는 술이야 더욱 있어 무얼해

   세상사 유유(悠悠)하여 물을 것도 없으니

   꽃 보고 잔 잡아 노래 부르세

           - 고의후, 영국(詠菊)

 



 

   잔 속에 있는 밝은 달을 들이 마시니

   잔은 비었고 달도 또한 사라졌네

   다만 잔에 술을 계속 가득히 채워 주면

   달은 끝없이 또 오리라

           - 이진망, 월하음주(月下飮酒)

 

 



   병중에도 오히려 술을 사양 못하니

   죽는 날에 가서야 비로소 술잔을 놓으리라

   깨어서 살아간들 무슨 재미냐

   취하다 죽는 것이 진실로 좋을시고

            - 이규보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난다 누엇난다

   홍안(紅顔)은 어듸 두고 백골(白骨)만 뭇첫난다

   잔 바다 권하 리 업스니 그를 슬허하노라

    - 임제. 송도 명기 황진이의 무덤을 보고 노래지어 조문하다

 

 



   천리 길을 지팡이 하나에 의지하니

   남은 엽전 일곱 닙은 오히려 많은 편

   주머니 속에 깊이 있어 달라 경계해 왔는데

   석양에 주막에서 술을 보니 어찌하랴

         - 김삿갓. 간음야점(艱飮野店)

 



 

   하늘은 이불, 땅은 깔 자리, 산은 베개를 삼아

   달은 촛불로, 구름은 병풍으로, 바다는 술통으로 삼아

   크게 취해 거연히 일어나 춤을 추니

   긴 소맷자락 곤륜산에 걸릴까 염려되누나

           - 진묵조사, 유적고

 

 



   술 잘먹고 돈 잘 쓸 때는 금수강산 일러니

   술 못 먹고 돈 못 쓰니는 적막강산 일세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 정선아리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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