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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시(詩) 산책

술이 있는 옛시조 2

향곡[鄕谷] 2013. 1. 26. 12:24

 

  


술이 있는 옛시조 2

 

 

 

 

단원 김홍도 「새참」

 

 

 

   술을 취(醉)케 먹고 오다가 공산(空山)에 자니

   뉘 나를 깨오리 천지(天地) 즉 금침(衾枕)이로다

   광풍(狂風)이 세우(細雨)를 모라다가 잠든 나를 깨와라

      - 조준(趙浚)

 

 

 

 

   쇠코 삼베 잠방이에 흰 칡베 저고리를 입고

   가죽채찍과 대피리는 풀밭에 내동이쳤네

   수소는 암소를 쫓아 달아나고 있는데

   취하여 산기슭에 누웠으니 어찌 알 수 있으랴

      - 이규보 〈술취한 나뭇꾼. 醉樵人〉

 

 

 

 

   차거운 술을 많이 마시는 저 늙은이가 우습구나

   신통하게 귀 밝아진다고 누가 알려드렸나

   아침 술에 취하여 꿈속처럼 몽롱해져

   귀가 더욱 먹었는지 불러도 대답없네

      - 유만공 〈세시풍요〉

 

 

 

 

   술 잇심연 벗이 업고, 벗이 오면 술이 업스이

   오늘은 무슨 날고 술이 있자 벗이 왔내

   두어라 이난병(二難幷)이니 종일취(終日醉)를 하리라

      - 작자미상

 

 

 

 

   듣기 좋은 산새소리 숲가에 지저귀고

   새로 지은 띠집 처마 작은 개울 덮었네

   홀로 술잔 기울이며 밝은 달과 짝 이루니

   한칸 집엔 흰 구름이 함께 와서 깃드네

      - 이언적 〈계정. 溪亭〉

 

 

 

 

   천지도 애주(愛酒)하샤 주성(酒星) 주천(酒泉) 삼기시고

   고석(古昔) 성현도 다 즐겨 먹엇거든

   하믈며 바리인 이 몸이 아니 먹고 어이리

      - 작자 미상

 

 

 

 

   부생(浮生)이 꿈이여늘 공명(功名)이 아랑곳가

   현우귀천(賢愚貴賤)도 죽은 후ㅣ면 다 한가지

   아마도 살아 한 잔 술이 즐거운가 하노라

      - 김천택

 

 

 

 

   갈건에 거른 술을 내 혼자 다 마시고

   만수(萬樹) 풍암(楓巖)에 발 벗고 누웠으니

   아마도 청풍명월이야 내 벗인가 하노라

      - 작자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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