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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시(詩) 산책

봄에 읽는 옛시

향곡[鄕谷] 2013. 4. 16. 23:01

 

 


봄에 읽는 옛시

  

 


 

  가랑비 보슬보슬 듣지 않더니

  밤이자 나직나직 소리 나누나

  앞시내 넘실넘실 눈도 다 녹아

  풀싹도 파릇파릇 돋아나렸다


          - 정몽주(고려), 「봄(春)」

  

 



 빈 처마엔 낙숫물 보슬보슬 비 내리고

 잠자리의 한기는 새벽 들어 더하누

 꽃 지는 뒤 뜰에 봄잠이 달콤한데

 지지배배 제비는 발 걷으라 재촉하네

 

        -  이옥봉. 자적(自適)

  

 


          쏙독새 우는소리 독독독독

칼도 없고 도마도 없이

종일토록 독독독독 무를 써네

절 손님 공양 짓느라 그러는가

도마에 칼소리 그치질 않네

산 속 새가 어찌 칼질을 배워

독독독독 그렇게 울어대는지


    - 유몽인, 쏙독새

 

 


 

오늘 시든 저 꽃잎들 어제는 붉더니

한껏 애써 가꾼 이 봄 구 푼이 허사로다

피는 일이 없었던들 지는 일도 없으련만

봄바람을 원망 않고 꽃바람을 원망하네

   

   - 현기, 「봄이 가는 날에(春盡日)」

 

 

 

 

소나무는 오히려 봄꽃들을 못 저버려

억지로 꽃을 피워 담황색을 띄우나니

우습구나, 곧은 마음 때로 간혹 흔들려서

연노랑 분을 갖고 남을 위해 단장하니

        - 이규보(고려), 「송화(松花)」

 

 

 

 

옥매화 하마 지고 버들은 친친

봄바람 한가롭다 느린 발걸음

주막집 닫히어 인기척 없고

앞 강의 보슬비 실오리 같네

     

   - 진화(고려), 「들을 거닐며(野步)」

 

  


 

매끄러운 버들의 꾀꼬리 소리

하늘 나는 제비들 비껴 나누나

봄바람 덧없어 정겹다 보니

불어 떨쳐 뜰에 가득 꽃잎 날리네


    - 청허당(서산대사)(조선), 「상춘(傷春)」

 

 

 

 

 

석모도의 봄 / 인천 강화 (201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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