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읽는 옛시
가랑비 보슬보슬 듣지 않더니
밤이자 나직나직 소리 나누나
앞시내 넘실넘실 눈도 다 녹아
풀싹도 파릇파릇 돋아나렸다
- 정몽주(고려), 「봄(春)」
빈 처마엔 낙숫물 보슬보슬 비 내리고
잠자리의 한기는 새벽 들어 더하누나
꽃 지는 뒤 뜰에 봄잠이 달콤한데
지지배배 제비는 발 걷으라 재촉하네
- 이옥봉. 자적(自適)
쏙독새 우는소리 독독독독
칼도 없고 도마도 없이
종일토록 독독독독 무를 써네
절 손님 공양 짓느라 그러는가
도마에 칼소리 그치질 않네
산 속 새가 어찌 칼질을 배워
독독독독 그렇게 울어대는지
- 유몽인, 쏙독새
오늘 시든 저 꽃잎들 어제는 붉더니
한껏 애써 가꾼 이 봄 구 푼이 허사로다
피는 일이 없었던들 지는 일도 없으련만
봄바람을 원망 않고 꽃바람을 원망하네
- 현기, 「봄이 가는 날에(春盡日)」
소나무는 오히려 봄꽃들을 못 저버려
억지로 꽃을 피워 담황색을 띄우나니
우습구나, 곧은 마음 때로 간혹 흔들려서
연노랑 분을 갖고 남을 위해 단장하니
- 이규보(고려), 「송화(松花)」
옥매화 하마 지고 버들은 친친
봄바람 한가롭다 느린 발걸음
주막집 닫히어 인기척 없고
앞 강의 보슬비 실오리 같네
- 진화(고려), 「들을 거닐며(野步)」
매끄러운 버들의 꾀꼬리 소리
하늘 나는 제비들 비껴 나누나
봄바람 덧없어 정겹다 보니
불어 떨쳐 뜰에 가득 꽃잎 날리네
- 청허당(서산대사)(조선), 「상춘(傷春)」
석모도의 봄 / 인천 강화 (201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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