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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시(詩) 산책

겨울에 읽는 옛시

향곡[鄕谷] 2016. 1. 12. 11:54

 

 

 

 

 

겨울에 읽는 옛시

 

 



 

  

 

 

     눈보라 친 빈 창에는 촛불만 깜박이고

달이 쳐낸 솔 그림자 지붕머리 어른댄다

밤 깊어 산바람이 지난간 걸 알겠구나

담장 밖에 우수수 대밭에서 소리나서


       - 이우(1469-1517), 우계헌에서


 

 

 

 

 

동동주가 뽀글뽀글 갓 익은데다

질화로엔 이글이글 숯불이 붉고

저녁 되자 날씨 마저 눈 오려 하니

이런 때에 술 한 잔이 없을 수 있나


       - 백낙천(772-846. 당 시인), 문유십구

 

 

 

 

북악은 창끝처럼 높이 솟았고

남산의 소나무는 검게 변했다

송골매 지나가자 숲은 겁먹고

학 울음에 저 하늘이 새파래지네


     - 박지원(1737-1805), 지독한 추위

 

 

 

 

 

골 메우고 산을 덮어 온 천지가 한 가지나

영롱한 옥세계요 반짝이는 수정궁궐

인간세상 화가들이 무수히 많았지만

음양변화 그 보람을 그려내긴 어렵겠네


     - 신흠(1566-1628), 큰 눈

 

 

 

 

 

홑이불 한기 돋고 불등(佛燈)은 어두운데

사미승은 밤새도록 종조차 치지 않네

객이 일찍 문을 열며 응당 투덜대겠지만

암자 앞 눈 솔가지를 누른 모습 보려하네


     - 이제현(1287-1367), 산속 눈 오는 밤

 

 

 

 

 

눈 맞아 휘어진 대를 누가 굽었다 하는가

굽을 절개라면 눈속에서 푸를소냐

아마도 세한고절(歲寒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 원천석(1330-?), 눈 맞아 휘어진 대를 

 

 

 

 

 

하늘 임금 죽었나, 땅의 임금 죽었나?

푸른 산 나무마다 소복(素服)을 입었구나

밝은 날 햇님더러 조문케한다면

집집마다 처마 밑에 눈물 뚝뚝 떨어지리


 


     - 김병연(1807-1863),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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