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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시(詩) 산책

산이 있는 옛시

향곡[鄕谷] 2016. 2. 16. 10:28






산이 있는 옛시

 









왜 산에 사느냐기에

그저 빙그레 웃을 수밖에

복사꽃 물에 아득히 떠내려가니

여기가 바로 별천지인 것을

    

      - 이백, 산중문답





산중에 무엇이 있느냐구요?

산마루 위에 흰 구름이 많지요

그러나 저 혼자서나 즐길 수 있을 뿐

가져다 임금께 드릴 수 없답니다

      

     - 도홍경, 산중에 있는 것


 




마른 입 입김 불고 비오듯이 땀 흘리며

열 걸음에 아홉 번 쉬면서 오르누나

뒷 사람이 앞서감을 괴이하게 생각말라

느릿 가도 마침내는 산마루에 이를지니

     

    - 이제현. 곡령에 올라





멀리 보이는 저 산 고매한 선비런가

언제나 변함없이 흰 구름 속

안쓰럽구나 도성에 사는 사람들

바라나 볼 수 있지 오르지는 못 하나니

       

     - 김충현, 산

 



 

 

보라! 천 섬들이 쇠북은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나지 않는다.

그러나 만고의 천왕봉은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다.

    

     - 조식, 지리산 천왕봉

 



 

 

흰 지팡이로 구름 위에 솟아 서너 걸음 걸어보니

푸른 산 흰 돌 사이마다 기인한 꽃들

만약 화공으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릴 수 있겠지만

저 숲 속에서 우는 새소리는 어찌할 것인가

산과 구름 함께 희니

구름과 산 모양 가려낼 수 없구나

구름은 흘러가고 산만 홀로 남았으니

아름다운 일만 이천 봉

   

        - 경허선사, 금강산

 

 




깎아지른 절정을 힘겹게 올랐을 때

겹겹의 운무가 시야를 막고 있다가

저녁 무렵 서녘 바람이 일시에 다 드러나면

그 얼마나 통쾌한가

   

       - 정약용, 그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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