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있는 옛시
왜 산에 사느냐기에
그저 빙그레 웃을 수밖에
복사꽃 물에 아득히 떠내려가니
여기가 바로 별천지인 것을
- 이백, 산중문답
산중에 무엇이 있느냐구요?
산마루 위에 흰 구름이 많지요
그러나 저 혼자서나 즐길 수 있을 뿐
가져다 임금께 드릴 수 없답니다
- 도홍경, 산중에 있는 것
마른 입 입김 불고 비오듯이 땀 흘리며
열 걸음에 아홉 번 쉬면서 오르누나
뒷 사람이 앞서감을 괴이하게 생각말라
느릿 가도 마침내는 산마루에 이를지니
- 이제현. 곡령에 올라
멀리 보이는 저 산 고매한 선비런가
언제나 변함없이 흰 구름 속
안쓰럽구나 도성에 사는 사람들
바라나 볼 수 있지 오르지는 못 하나니
- 김충현, 산
보라! 천 섬들이 쇠북은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나지 않는다.
그러나 만고의 천왕봉은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는다.
- 조식, 지리산 천왕봉
흰 지팡이로 구름 위에 솟아 서너 걸음 걸어보니
푸른 산 흰 돌 사이마다 기인한 꽃들
만약 화공으로 하여금 이 경치를 그릴 수 있겠지만
저 숲 속에서 우는 새소리는 어찌할 것인가
산과 구름 함께 희니
구름과 산 모양 가려낼 수 없구나
구름은 흘러가고 산만 홀로 남았으니
아름다운 일만 이천 봉
- 경허선사, 금강산
깎아지른 절정을 힘겹게 올랐을 때
겹겹의 운무가 시야를 막고 있다가
저녁 무렵 서녘 바람이 일시에 다 드러나면
그 얼마나 통쾌한가
- 정약용, 그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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