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시(詩) 산책 12

이은상 시 '성불사 깊은 밤에'

성불사(成佛寺) 깊은 밤에                                       이은상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風磬) 소리    주승(主僧)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뎅그렁 울릴 제는 더 울릴까 맘 졸이고     끊일 젠 또 들릴까 소리나기 기다려져     새도록 풍경 소리 데리고 잠 못 이뤄 하노라       *가곡에서 최초로 시조시에 곡을 붙인 것이 이 시조이다.     시인인 객이 풍경소리 엿듣는 것 조차 송구스러워 혼자 내버려 두란다.     잠잠함 속에 깨침에 이를 것 같은 아름다운 시조다.                                            풍경 / 밀양 표충사 ( ..

이병기 시 '비'

비                                이병기    짐을 매어 놓고 떠나려 하시는 이날어두운 새벽부터 시름없이 내리는 비내일도 내리오소서 연일 두고 오소서부디 머나먼 길 떠나지 마오시라날이 저물도록 시름없이 내리는 비저으기 말리는 정은 나보다도 더하오잡았던 그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갑자기 꿈을 깨니 반가운 빗소리라매어둔 짐을 보고는 눈을 도로 감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