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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곳간/세상 이야기

동지에는 팥죽 / 인정을 나눌 좋은 풍습

향곡[鄕谷] 2018. 12. 23. 21:03

 


동지에는 팥죽

인정을 나눌 좋은 풍습


 

 

 

 

 

 


동짓날 본가에 어머니를 뵈오러 내려갔더니 절에 가셨다가 막 들어왔다며 팥죽을 들고 계셨다. 새벽에 일어나 팥죽을 쑤어 이웃에 돌렸는데, 안부를 물어온 분이 팥죽을 못 먹었다고 하기에  불렀다며 팥죽을 더 쑤어야겠다고 하신다. 나도 일손을 거들었다. 팥죽은 팥앙금으로 즙을 잘 내야하는 것이 첫째이다. 팥이 반 되면 맵쌀도 반 되인데, 눌지 않게 주걱으로 계속 저어야 한다. 맵쌀이 익어갈 때면 새알을 넣는다. 새알은 찹쌀과 맵쌀을  반반씩 넣고 만든다. 새알을 한꺼번에 넣으면 엉기고, 그냥 넣으면 뜨거운 물이 튀니 주걱을 비스듬히 하고 그 위로 새알을 굴려서 넣는 것이 요령이다. 새알은 나이만큼 먹어야 한다고 했다. 새댁들은 재미로 새알을 불에 구워 그 모양을 보고 자식이 아들인지 딸인지 점을 쳤다는 얘기도 있다.

동지에 팥죽을 먹는 것은 귀신이 팥의 붉은색을 싫어하기에 팥죽을 쑤어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집안의 평안을 빌던 풍속에서 비롯된 오래된 풍습이다. 팥죽을 먹게된 유래는 중국에서 시작
하였다. 요순시대에 공공씨 망나니 아들이 죽어 전염병을 옮기는 역질귀신이 되었는데, 생전에 팥을 싫어했기에 팥죽을 쑤어 역질귀신이 오는 것을 막았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팥죽을 먹은 사람들이 영양을 보충하여 병을 이겨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설득력이 있다. 팥에는 비타민B가 많아 각기병 예방에 좋다고 한다. 팥죽을 먹으면 영양 보충도 되고 속을 녹여 추위도 물리치니 팥죽은 보양식이다.

동지는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고, 낮의 길이가 길어지는 시작점이다. 그래서 동지를 
작은 설이라 했고, 동지 팥죽을 먹어야 나이를 먹는다고 했다. 동지는 태양력을 사용하는 유일한 명절이다. 동지가 11월초순에 걸리면 애동지(兒冬至), 중순이면 중동지(中冬至), 하순이면 노동지(老冬至)라 하였다. 중동지와 노동지에는 팥죽을 쑤어먹는데, 애동지는 아이들한테 나쁘다고 팥죽을 먹지 않고 팥떡을 먹었다. 어떤 얘기로는 애동지는 아이들에게 좋고, 노동지는 노인에게 좋다 하였다. 그것은 동지가 되면 한살씩 먹게 되는데, 아이들은 빨리 나이 먹어서 좋고, 노인은 나이를 늦게 먹으면 몇 날을 더 살 수 있으니 좋다는 것이다.

 

마침 이웃집에서 도토리묵을 만들었다며 한 그릇 가지고 왔다. 예로부터 이웃끼리는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동지에는 팥죽을 나눠 먹기도 했지만 팥죽이 아니라도 있는 것을 나누었다. 동짓달은 길고 추운 계절인데, 없는 사람에게 인정을 나눌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다. 계속 이어 나갈 풍습이다.

 

 

 

 

팥앙금 내린 물

 

 

새알 가루. 찹쌀과 맵쌀을 반반으로 한다

 

 

새알

 

맵쌀이 익었는지 확인을 한다

 

 

새알을 넣은 후 물과 소금을 적절히 조절하여 팥죽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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