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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곳간/세상 이야기

더위를 피하는 법

향곡[鄕谷] 2018. 8. 5. 16:12

 

 

더위를 피하는 법

 

 

연일 엄청난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태양은 뜨겁고, 뜨거워진 공기는 빠져나가지 못하여 폭염은 연일 기록을 만들고 있다. 기상 관측 이래로 더위로 온도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최고의 더위를 겪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이 각가지 더위를 피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마나님께 팥빙수를 사 가지고 간다. 패트병을 얼려서 수건에 싸서 끼고서 잔다. 이열치열로 하는 일을 열심히 한다. 대야에 찬물을 받아 발을 담근다. 북극 빙하나 폭포 동영상을 본다. 에어컨이 잘 된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책을 본다. 등등.

 

어릴 때는 집에 우물이 있어서 등목을 하였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시원하였다. 등목을 하고 뒷마루 문을 열어 놓으면 산바람이 들어와 엄청 시원하였다. 감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서 골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피하기도 했다. 가끔은 아버지가 자전거로 얼음을 사 오셨는데, 바늘을 대고 망치로 두드려 깬 얼음을 수박에 넣어 먹기도 하였다. 며칠 전에는 그 생각이 나서 수박을 잘라 화채로 먹기도 했다.

 

조선의 선비들이 어떻게 더위를 피했는지 그 내용이 이종묵 씨가 쓴 '한시 마중'이란 책에 있다. 서거정은 더운 여름날 벗들과 모여 연꽃도 구경하면서 참외를 먹고 술을 마셨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는 파초와 연꽃을 구경하며 술을 하며 더위를 잊었다. 운치 있는 피서음에는 과일이 자주 등장하는데, 조선 중기의 문인 허균도 참외를 준비해놓고 벗을 기다리고, 정약용도 아내가 주는 참외를 먹어 더위가 사라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서거정은 수박은 뼈 속까지 시원하게 한다 하였다. 이산해나 정칙은 그저 마음을 맑게 하고 가만히 앉아 있는 방법이 가장 묘한 방법이라 하였다. 조선 말기 학자 이규경은 얼음을 손바닥 가운데 두거나 두 젖꼭지 위에 올려놓고 부채질하면 통쾌하고 상쾌하다 하였다.

 

조선의 선비들이 계곡에 가서 피서하는 일은 책에 나오지 않았다. 멀리 가기 어려워서 그랬을 것이다. 나는 산에 가서 가볍게 산길을 걷고 계곡에 발을 담그거나, 산에 가서 나무 그늘 밑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집에서 대나무 자리를 펴놓고 누워 부채를 부치며 책을 보거나 그저 가만히 있는 방법으로 더위를 피한다. 더위가 길어진다니 각자의 방법으로 이 더위를 피해 여름 나기를 잘해야 할 것이다.

   

 

 

 

신선봉 용계골

 

 

 

중원산 중원계곡

 

 

 

함왕봉 사나사계곡

 

 

화야산계곡

 

 

 

설악산 수렴동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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