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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곳간/세상 이야기

나이를 먹는다는 것

향곡[鄕谷] 2025. 1. 23. 13:38

 

 

나이를 먹는다는 것

 

 

 

 

 

 

설을 쇠면 모두 한 살씩 더 먹는다. '먹는다'는 것은 채운다는 말이다. 밥을 먹는 것은 배를 채우는 것이요,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은 나이를 채운는 것이다.  한자 년(年)은 사람(人)이 해를 넘긴다는 뜻의 글자로 나이가 든다는 말이다. 원래는 벼 화(禾)를 써서 볏단을 업고 가는 모습으로 만들었다. 볏단을 지고 가는 것은 벼를 잘라 수확을 끝냈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 해가 끝났다는 말이다. 

 

해를 넘기고 설이 되면 나이 얘기가 나온다. 나이를 대면 '만 나이인가? 한국나이인가?' 또 묻는다. 얼마 전 정부에서  쓰는 나이를 법령으로 '만 나이'로 정하였지만, 아직은 늘 하던 방식대로 '한국식 나이'로 쓰는 경우가 많다. 나이는 입학한 사람을 같이 묶는 '사회적 나이'가 있고, 1살로 태어나 설을 쇠면 한 살씩 먹는 '한국식 나이'가 있고, 태어난 년으로 같이 묶는 '년 나이'가 있고, 0살로 태어나 생일이 지나면 한 살을 더 먹는 '만 나이'가  있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아래위 여덟 살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는데, 이제는 생년(生年)을 구분하다가 보니 친구로 말하는 범위가 줄었다. 한편으로는 우리는 나이에 엄격하여 때로는 나이가 계급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생체나이는 다르다는 말이다. 육체활동이 줄어들어 노화속도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빠르게 간다. 신체의 신진대사가 느려져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 많지 않았던 나이를 예전에는 노인으로 보았다. 나이 들었다는 말을 '환갑 진갑 다 지났다'라고 했는데, 요즈음엔 그런 말을 꺼내지도 못한다. 젊었을 때는 나이를 더 먹으면 해야 할 일이 많았고, 지나고 나서는 후회하는 것이 나이이다. 인생을 한 권의 책에 비유하자면 책 끄트머리에 와서야 어렴풋한 개념을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같다.   

 

새해가 되니 지난해에 뭘 했는지 잡히는 것이 너무 적다. 나이만 먹고 그냥 산 것이 아닌지 돌아본다. 나이가 들고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갈고닦아야 할 것이 무언가 생각해 본다. 그래도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안정이 된다. 미래에 감당할 무게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몇 가지 다짐을 하며 새해를 맞는다. 세상의 묘미는 나이 들어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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