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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나무

참오동나무 / 오동잎 떨어지면 가을이 오고

향곡[鄕谷] 2021. 3. 2. 11:54

 

 

참오동나무

오동잎 떨어지면 가을이 오고

 

 

과명 : 현삼과

분포 : 전국

개화 : 5~6월

결실 : 10~11월

 

 

 

참오동나무 (2020.5.12)

 

 

                  

오동나무는 보랏빛 꽃잎과 큰 잎사귀를 가진 나무다. 우리가 오동나무라 부르는 오동나무속 나무는 중국 원산인 참오동나무와 울릉도 원산인 오동나무가 있는데, 통꽃 안쪽에 짙은 보랏빛 선이 나 있는 것이 참오동나무이고 선이 없는 것이 오동나무이다. 우리가 만나는 오동나무는 참오동나무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같은 나무에서도 줄이 있는 꽃과 없는 꽃이 섞여 있어 지금은 두 종을 같은 것으로 보는 추세이다. 오동나무의 옛말인 순우리말은 머귀나무이다. 오동나무를 얘기할 때는 나오는 벽오동은 벽오동과 이고, 개오동나무는 능소화과로 오동나무와 관련이 없는 나무이다. 오동의 동(桐) 이름을 붙인 것은 그밖에 음나무인 자동(刺桐), 이나무인 의동(倚桐), 예덕나무인 야동(野桐)도 있는데 잎이 비슷하여 붙은 이름들이다.

 

오동나무는 5월에 꽃이 피고, 10월에 열매가 익는데, 5월에 꽃이 피면 연보랏빛 꽃송이도 아름답지만 꽃향은 기가 막히게 향긋하다. 꽃잎을 코에 대면 그 향기가 몸속으로 깊게 들어온다. 잎은 엄청 커서 우산을 편 만큼 크다. 우리나라 나무 중에 오동나무보다 큰 잎사귀를 가진 나무는 없다. 늦가을에 익는 열매는 긴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다. 오동나무는 빨리 자라고 재질이 무르지만 비중이 가볍고 뒤틀림이 없고, 마찰에 잘 견디며 강도가 적당하다. 또한 살충 방충 효과가 뛰어나기에 장롱, 소반, 목침 등 생활가구를 만드는데 두루 썼다. 온돌방에 가구로 소나무를 쓰면 뒤틀리고, 참나무는 갈라진다. 또 오동나무 목재는 가볍고 소리를 잘 전달하여 가야금이나 거문고, 아쟁, 비파 등 전통악기는 모두 오동나무를 썼다. 그래서 오동은 천년을 가도 가락을 잃지 않는다고 했다.

 

오동잎 떨어지면 가을이 온 것을 안다는 말이 있다. 오동잎 그 넓은 잎이 툭 떨어지면 하늘이 열리고, 잎 떨어지는 소리나 오동잎에 비 떨어지는 소리에 무심할 수가 없다. 가을 달 밝은 밤에 오동잎 떨어지는 풍경이 대중가요에 나오는 오동추야(梧桐秋夜) 오동동(梧桐動)이다. 오동은 가을이 열리는 나무다. 오동잎 떨어지는 것을 보고 주자(朱子)는 '권학 시(勸學詩)'에서 짧은 시간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고 했고, 다산은 세월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오동잎에 비 떨어지는 소리는 옛 문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조선의 대정치가이며 문인인 김상용은 '오동에 듣는 빗발에 잎잎이 수성(愁聲)이라며, 이후에 넓은 잎 나무 심을 줄이 있으랴'라고 했다. 조선 중기 문인 이서우는 '죽은 아내를 애도'하는 시에서 '오동잎에 비 떨어지는 소리가 애절할 줄 알았다면 창 앞에 오동을 심지 않았을 것'이라 했고, 조선 중기 문신이자 시인인 유희경은 기생 매창을 그리워하며 '오동잎에 비 떨어지면 애가 탄다'라고 하였다. 선인들은 오동잎 떨어지는 소리에 감흥이 깊었다.  

 

오동나무는 오래 전부터 신령스러운 새인 봉황이 앉던 곳이고, 바람에 잎사귀가 흔들거리는 것은 하늘에 응당한 오동나무의 신령스러움이라 했다. 오동나무를 통째로 잘라도 남은 줄기에서 다시 가지가 뻗는 것은 생명력이 깊은 것이라 여겼다. 그만큼 하늘의 뜻을 전달하는 나무라는 것을 이용하여 기묘사화 때 훈구파는 오동잎에 꿀을 묻혀 '주초위왕(走肖爲王)' 글씨를 써서 벌레가 갉아먹게 하여 사림파에 죄를 뒤집어 씌우는 간교를 부렸다. 대구 동화사(桐華寺)는 절 주변에 오동나무가 많아 지은 절 이름이다. 이름하여 '오동나무 꽃절'이다. 오동나무가 성장이 빠른 대신 속이 빈 경우가 많은데, 마음을 비우는 수행자의 삶이 그와 같다. 삶은 그곳 자연을 닮아간다. 어느 나무가 되든, 나무 한 그루 가까이 두고 살면 삶에 도움이 된다. 그윽한 꽃이 수도 없이 인연 따라 피듯, 나무 한 그루 그렇게 인연을 맺고 살면 삶이 깊어지지 않겠는가.

 

 

 

 

참오동나무 (2020.4.18)

 

 

 

참오동나무 (2020.5.5)

 

 

 

참오동나무 (2020.5.12)

 

 

 

참오동나무 (2020.5.19)

 

 

 

참오동나무 (경기도 양평. 2020.5.28)

 

 

 

참오동나무 열매 (경기도 가평. 2014.7.19)

 

 

 

참오동나무 (경기도 가평. 2015.8.15)

 

 

 

참오동나무 (2020.10.15)

 

 

 

오동나무 겨울눈(꽃눈) (우이령입구. 2020.12.9)

 

 

 

참오동나무 잎눈 (20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