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시나무
바람에 날리는 초여름에 꽃향기
과, 속 : 콩과, 아까시나무속
개화 5~6월, 결실 10월
분포 : 전국 야산
5월이 되면 아까시나무 꽃향기가 진동을 한다. 벌들도 모여 윙윙거린다. 아까시나무는 전에는 아카시아라고 불렀다. 동요 '과수원길'에서는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이라 하고, '고향땅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로 시작하는 동요 '고향땅'에서는 '아카시아 흰꽃이 바람에 날리니 / 고향에는 지금쯤 뻐꾹새 울겠네'라고 부른다. '아카시아'는 호주 및 남태평양 열대 원산의 노란 꽃을 피우는 상록성 나무이고, '아까시나무'는 북미대륙 원산으로 19세기말 중국에서 들여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낙엽 지는 나무이다. 우리가 보는 나무가 아까시나무이며, 이젠 우리 나무처럼 친근한 나무가 되었다.
어릴 때에 산 밑에서 살아서 5월에 꽃이 필 때면 우리 집은 아까시 꽃향기가 마당에 가득 찼다. 우리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진한 아까시나무 꽃향기에 취했고, 저녁을 일찍 먹고 마당에 나오면 그 진한 향이 온몸에 밸 정도였다. 봄 여름에는 아까시나무 잎을 따와서 닭장에 넣어주었고, 겨울에는 뒷산에 올라가서 참나무나 아까시나무 가지치기를 하였다. 아까시나무는 화력이 좋아 땔감으로 좋았다. 변변한 장갑이 없어서 손에 가시가 박히기 일수였다. 아까시나무 가시는 껍질이 변한 것이라서 잘 떨어진다. 가시를 떼어내어 코에 붙이기도 했다.
아까시 나뭇잎은 가축에게 좋은 먹이이고, 꽃은 양봉을 하는 사람에게는 중요한 밀원이다. 우리나라 꿀 70%가 아까시꿀이니 아까시나무가 없었으면 꿀맛 보기 어려웠을 것 같다. 아까시나무가 들어와서는 헐벗은 민둥산을 푸르게 하였다. 아까시나무는 콩과식물이라 땅을 살찌게 하는 역할이 있었다. 나무 재질은 좋지만 아까시나무를 미워한 것은 산소를 침범하고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여전히 장점이 많아서 아까시나무를 심는다. 요즈음은 4월 늦추위로 아까시나무 개화 기간이 줄어들어 꿀 채취가 감소하고 있고, 자연 생태계에 큰 역할을 하는 꿀벌도 적응을 못해 줄고 있다. 그래서 농작물 꽃가루받이 70% 이상을 맡아서 하는 꿀벌을 살리기 위해서 아까시나무 등 밀원수를 심고 있다.
아까시나무 밑에는 유독 개미집이 많다. 개미와 아까시나무는 서로 돕고 사는 좋은 이웃이다. 아까시나무는 나무 아래 집을 제공하고, 개미는 곰팡이를 막아 아까시나무를 보호한다. 그걸 모르고 개미집을 없앴다간 개미도 죽고 아까시나무도 시들고 만다. 아까시나무는 건조한 땅에 살면서 그 뿌리를 길게 뻗는다. 삶에 억척인 나무라 환경이 나쁘면 나쁜 대로 고난을 이겨내려는 모습이 놀라운 나무다. 아까시나무가 다른 나무에 비해 잎이 늦게 나오는 것은 그만큼 생명력에 자신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초여름에 아까시꽃이 없다면 숲은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아까시나무는 끈질긴 삶의 모습과 꿀과 향기를 주는 나무이다. 초여름에 뻐꾹새 울고 아까시 꽃향기가 바람에 날리면 어릴 때 추억이 아련히 다가온다. 추억은 이렇게 꽃향기에서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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