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나무

주목 / 산 높은 곳 천지간에 우뚝

향곡[鄕谷] 2021. 6. 22. 16:58

 

     

주목 / 산 높은 곳 천지간에 우뚝

태백산에서

 

 

 

 

 

 

주목은 겉도 붉고 속도 붉어 주목(朱木)이다. 자라는 속도가 1년에 1~2㎜이니, 제법 굵다 싶으면 수백 년은 훌쩍 넘었다고 보면 된다. 추운 곳에서 살고 있으니 자라는 속도는 그야말로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자란다. 줄기 둘레가 두세 아름 되는 주목은 미루어 천년이 되었을 것이다. 오래 살고, 죽어서도 금방 썩지도 않는 나무다. 그래서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사는 나무라고 한다. 높은 산에서만 볼 수 있어 그 품격을 더한다. 주목은 초봄에 꽃이 피고, 가을에 씨앗이 성숙한다. 말랑말랑한 붉은 열매 안에 있는 씨앗은 독성이 있다. 새가 열매를 에워싼 단물은 먹더라도 씨앗은 잘 퍼뜨리라는 주목의 전략이다.  

 

주목이 서 있는 공간은 산 높은 곳에서도 하늘이 잘 보이는 곳이다. 산 높은 곳에서 하늘을 향해 서 있는 주목의 모습에는 위엄이 있다. 태백산에 오르니 오래된 주목 여러 그루가 산을 지키는 장군처럼 서 있다. 봄바람의 꽃잎도 가을바람에 낙엽도 주목에게는 먼 얘기다. 하늘에 펼친 굴곡의 나뭇가지에 세월의 흔적이 나타나 있다. 거친 세상 살아가랴 속살이 다 비어도 천지간에 우뚝 서서 천년을 산다. 비바람 몰아치고 눈 내려온 세상이 다 덮여도 주목은 묵묵하고 초연하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