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룽나무
하얀 꽃이 뭉게구름처럼 피는 나무
과명 : 장미과
개화 : 4~6월
결실 : 7~9월
다른 이름 : 귀룽나무, 구룡목, 구름나무
분포 : 지리산 이북 산지나 계곡, 능선
이른 봄에 근교산을 오르자면 계곡 부근에 늘어진 나뭇가지에서 연둣빛 잎을 내미는 나무가 있다. 버드나무도 이른 봄에 잎이 나오지만 비슷한 시기에 연둣빛 잎을 내는 나무가 귀룽나무다. 멀리서 보면 우산처럼 늘어진 이 나무는 이름을 몰랐을 때는 버드나무이거니 하였다. 다른 나무들보다 더 빨리 잎을 내미는 귀룽나무는 꽃보다도 잎이 미리 나온다. 농사를 짓는 분들도 귀룽나무 잎을 보고 농사를 시작한다는 나무다. 4,5월에 꽃이 피는 귀룽나무는 하얀 꽃이 뭉게구름 같다고 하여 구름나무라 부르다가 귀룽나무가 되었다. 북한 이름은 아예 구름나무다. 한자 이름이 구룡목(九龍木)이어서 구룡나무라고 하다가 귀룽나무가 되었다고도 한다. 구룡목은 나무껍질이 용이한데 얽힌 듯하다고 하여 불렀다는 이름이다.
중국 시인 이태백이 지은 '여산폭포를 바라보며'란 시에서 '은하수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듯하다'는 말로 '구천은하(九天銀河)'란 말이 있다. 구천이 하늘을 가리키듯, 구룡은 그냥 용을 의미하는 말일 것 같다. 용(龍)의 고유어 '미르'의 어원인 '밀-'은 '물'과 같은 어원이다. 그래서 용은 물과 가깝고 물에서 승천한다. 주변에 용과 관련한 장소는 모두 물과 관련이 있다. 용은 왕이기도 하고, 물을 지배하는 수신이기도 하여 가뭄에 비를 내려달라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귀룽나무는 능선에서도 볼 수 있지만 물이 있는 산지 계곡에서 많이 볼 수 있으니 그 이름을 받을 만하다.
용은 춘분에 하늘로 올라가고, 추분에 물속으로 침잠한다고 한다는 말이 있다. 이때 용은 실제 용이 아니라 별자리이다. 28수의 별자리 중 7수의 별을 이으면 용처럼 생겼는데, 춘분에 나타나 하지에 절정으로 보이고 추분 무렵에 사라지기에 그렇게 말한다는 것이다. 귀룽나무가 그렇다. 3월 초에 잎이 피어나서 춘분 때 잎이 한창 돋아나고, 5월에 절정으로 꽃이 핀다. 꽃이 필 때 나무 밑을 지나면 구수하다. 벌들에게는 꿀을 나눠주고, 가을에는 새들에게 열매를 나누어준다. 열매는 둥글고 검게 익는데 벚나무에 달린 버찌처럼 생겼다. 귀룽나무는 잎이 필 때 늘어진 가지 속으로 숨어들고 5월에 꽃 냄새를 맡으며 봄빛을 즐긴다. 용이 안개와 구름에 싸여 모습을 감추고 숨듯 그렇게 말이다. 어린잎은 나물로 해서 먹는다는데, 나뭇가지를 꺾으면 고무 타는 듯한 고약한 냄새가 나서 재래식 화장실에 어린 가지를 꺾어서 넣어 구더기를 없애기도 했다. 8월 하순, 여름이 점차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면 귀룽나무는 잎을 떨군다. 용이 9월에 물속에 침잠하듯 귀룽나무도 추분이 되면 아예 잎을 다 떨구고 만다. 일찍 나왔다가 일찍 갈무리를 하는 나무다. 봄은 찬연하였고, 무대의 한 막이 끝나자 내려서는 모습은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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