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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향기/나무

상만리 비자나무 / 600년 된 천연기념물 비자나무

향곡[鄕谷] 2021. 12. 9. 11:34

 

진도 여행 15

 

상만리 비자나무

600년 된 천연기념물(111호) 비자나무

 

전남 진도군 임회면 상만리 681-1

 

 

비자나무는 주목과 나무로 제주도와 남부지방 일부에만 사는 늘 푸른 바늘잎나무다. 비자나무는 짧고 뾰족한 잎이 가지를 가운데 두고 20~40개씩 서로 마주 붙어 있다. 그 모습이 한자 비(非)와 같고, 비자나무는 상자를 만들기 좋아 상자를 뜻하는 방(匚)에 목(木)을 붙여 비(榧)란 글자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나무는 열매를 구충제로 귀하게 써서 종자를 뜻하는 자(子)를 붙여 비자나무라 했다. 잎 모습과 열매의 쓰임새를 같이 나타낸 이름이다. 

 

비자나무는 목재가 아름답고 문양이 있고, 건조에 따른 수축률과 뒤틀림이 적고, 부패에 대한 내성이 있어 보존성이 좋고, 습기에 견디는 힘이 강해 여러 모로 쓰임새가 많다. 그래서 궁궐에서는 비자나무 목재를 올리라는 지시를 자주 하였다. 제주에서는 해마다 주민을 지정해서 비자나무를 관리하고 공물로 진상을 하였으니 얼마나 고초가 심했을까? 그러니 오래된 비자나무를 구경하는 것이 어렵다. 쓰임새로는 불상 조각재, 칠기 목재, 활, 바둑판, 물통 등을 만들었다.

 

진도에 여행 가서 천연기념물 비자나무가 있다기에 찾아 나섰다. 주소로 찾았더니 접도에 가던 길인 상만리 5층 석탑이 있는 동네 안쪽에 있었다. 동네 입구에는 큰 팽나무가 섰고, 골목으로 올라갔더니 우람한 비자나무가 서 있었다. 수령 600년이 넘은 나무로 수령에 비해 싱싱하고 근육질이 울퉁불퉁한 것이 감탄이 절로 나오는 거구다. 줄기 둘레를 재보았더니 어른 네댓 사람이 안아야 하는 우람한 크기다. 올려다보니 참으로 영물이다. 오래된 나무는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모양이다. 생잎을 비비면 이상한 냄새가 나고 생잎을 태우면 모기가 달려들지 못하여 한자로는 모기를 쫓아버리는 나무란 뜻인 문견(蚊遣)이라 쓰는데, 이 영물을 어찌 건드릴 수 있단 말인가. 한참 나무 밑에서 쉬며 기운을 받았다. 동행인이 산 하나 타는 것보다 낫다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