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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나무

2021년 '올해의 나무'

향곡[鄕谷] 2021. 12. 25. 12:26

 

 

2021년 '올해의 나무'

 

 

나무도 생명의 굴레로 살아가는 생명체라

생로병사의 바퀴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산길과 섬, 들길에서 그리고 왕릉에서

줄기차게 살아서 우뚝 선 나무를 만났다.

온누리에 화사한 봄바람도 찌는듯한 여름 더위도

높고 푸른 가을 하늘도 시리게 건너온 차가운 골바람도

나무를 살아 숨 쉬게 한 물결이었다.

감동의 물결처럼 나무가 아름다운 날이다.

 

 

 

 

주목 / 태백산 (강원도 태백)

▲ 주목(주목과) : 주목은 나이가 들면서 세로로 벗겨지며  붉은빛을 띤다. 목재도 속살이 붉다. 열매도 붉고 잎을 제외한 모든 것이 붉다. 붉은빛은 나이를 먹었다는 주목의 자기표현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 그 나무를 태백산에서 만났다. 태백에 오른 보람이 주목을 만난 것에도 있다.

 

 

 

 

꽃개회나무 / 태백산 (강원도 태백)

▲ 꽃개회나무(물푸레나무과) : 지리산 이북의 높은 능선이나 정상 근처에서 자란다. 정향나무에 비해 꽃차례가 새 가지에 달리고 꽃이 크며 잎이 타원상이고 열매에 껍질눈이 없는 점이 다르다. 6월 중순에 태백산에 올랐더니 많은 나무에서 화려하게 연한 홍자색 꽃을 피웠다. 냄새가 향긋하다.

 

 

 

 

개비자나무(천연기념물) / 융릉 (경기도 화성)

▲ 개비자나무(개비자나무과) : 비자나무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나무의 재질이나 쓰임새가 비자나무만 못하다고 개비자나무다. 그러나 잎이 닮은 걸 빼고는 둘은 완전히 다른 나무다. 비자나무는 섬이나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큰 나무인데, 개비자나무는 중부지방 숲에서 자라는 작은 나무다. 앞에 '개'를 붙이다니 억울한 이름이다. 그래도 천연기념물이다.

 

 

 

 

피나무 / 오대산 (강원도 평창)

▲ 피나무(피나무) : 나무 껍질(皮)이 쓰임새가 많아 피나무다. 옷을 만들고, 밧줄을 만들고, 바닥에 까는 자리도 만든다. 피나무 목재는 황백색으로 가볍고 연하다. 결이 곱고 가공도 쉬워 판자나 궤짝으로 만드는데,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는 궤짝은 대부분 피나무이다. 잎이 지는 큰 키 나무로 시월 중순 오대산에 올랐더니 벌써 잎이 다 지고 없다.

 

 

 

 

소나무 / 영릉 (경기도 여주)

▲ 소나무(소나무과) : 어린아이도 알아볼 우리나라의 대표 나무 소나무다. 세종대왕릉인 영릉(英陵)에서 자라는 이 소나무는 다른 왕릉에 있는 소나무보다 우람하고 고상하여 절로 머리를 들고 본다.

 

 

 

 

회양목(천연기념물. 수령 300년) / 영릉 (경기도 여주)

▲ 회양목(회양목과) : 대표적인 석회암지대인 강원도 회양(淮陽)에서 많이 자란다고 회양목(淮陽木)이다. 강원도나 충북에 있는 다른 석회암지대에서도 자란다. 옛 이름은 나무속이 노랗다고 황양목(黃陽木)이었는데 언제부터 회양목으로 바뀌었다. 북한에서는 회양 군 옆 고양산에서 많다고 고양나무라 한다. 고향의 나무가 있다면 사람들이 고향을 더 그리워할 것 같다.

 

 

   

 

느티나무 / 영릉 (경기도 여주)

▲ 느티나무(느릅나무과) : 예전엔 '느틔나모'라 하였다. 황색을 뜻하는 '눋'에 홰나무를 합한 눋홰나무가 눗회나무가 되었고 누튀나무를 거쳐 느티나무가 되었다. 한자로는 황갈색에 괴(槐)가 합하여 황괴(黃槐)이다. 모두 노랗다는 뜻이 있다. 가지가 넓게 퍼지며 그늘을 만들어 정자나무로 많이 심는다. 느티나무 밑에서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모습이 그립다.

 

 

 

 

관음송(천연기념물. 수령 600년) / 강원도 영월 청령포

▲ 소나무(소나무) : 관음송(천연기념물)이란 이름은 단종이 유폐된 모습을 보았다 하여 청령포에 있는 이 소나무에 붙인 이름이다. 단종이 이곳에 유배되어서 지낸 기간은 짧았지만 그 모습을 보았다 하여 그 감정이 이입된 세월의 역사가 묻어 있는 나무다.

 

 

 

 

느릅나무(보호수. 수령 380년) / 장릉 (강원도 영월)

▲ 느릅나무(느릅나무과) : 느릅나무는 '느름나무'가 변한 이름이다. '느름'은 한없이 늘어진다는 '느른하다'에서 온 말이다. 느릅나무 속껍질을 벗겨 짓이기면 끈적해지고 느른해진다. 이렇게 느른해진 껍질은 흉년에 대용식이었다. 조선 명종 때 만든 책 '구황촬요'에 흉년에 대비해 백성들이 평소에 비축해 둘 것으로 솔잎과 느릅나무껍질이 있었다. 어려울 때 힘이 되었던 나무다.

 

 

 

 

은행나무(수령 500년) / 선정릉 (서울 강남구)

▲ 은행나무(은행나무과) : 은행나무는 열매 모양은 살구(杏)를 닮았고, 씨앗껍질은 회백색으로 거의 은빛(銀)이라 은행(銀杏)이라 했다. 이곳 선정릉 은행나무는 50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하니 은행나무치고는 서열에서 밀린다고는 하나 그래도 조선시대 세월을 관통한 오래된 나무이다. 세월의 깊이만큼 나무에서 연륜을 읽을 수 있다.

 

 

 

 

 

향나무 / 선정릉 (서울 강남구)

▲ 향나무(측백나무과) : 나무에 향이 들어 있어 향나무이다. 대부분 나무는 꽃이나 잎, 열매에 향이 있는데, 향나무는 나무 속살에 향이 들어 있다. 향은 신을 불러오는 매개체여서 제사에 썼다. 향나무 속살은 붉은빛이 도는 보라색이어서 옛 문헌에는 자단(紫檀)으로 표시하였다. 왕릉에 가보면 재실 부근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서어나무 / 청량산 (경기도 하남)

▲ 서어나무(자작나무과) : 습기가 많은 서쪽계곡인 서쪽 숲에서 잘 자란다고 서목(西木)이라 하였는데, '서나무'가 되었다가 서어나무가 되었다. 앞으로 대세가 될 나무로 추정한다. 나무 중에서는 운동을 가장 열심히 하였는지 큰 나무줄기는 울퉁불퉁 원통형으로 근육질을 자랑한다. 보기만 하여도 힘이 솟는다.

 

 

 

 

전나무 / 광릉 (경기도 남양주시)

▲ 전나무(소나무과) : 젓나무와 전나무를 혼용하여 쓰다가 지금은 전나무를 표준명으로 쓰고 있다. 어린 열매에 흰 수지와 같은 것이 나와 젓나무로 썼다고 본다. 전나무의 속명이 '높다'란 뜻이 있듯 키가 높이 올라가는 나무다. 높고 푸르고 아름다운 나무다.

 

 

 

 

비자나무(천연기념물. 수령 600년) / 전남 진도군 상만리

▲ 비자나무 : 비자나무의 비(榧)는 잎의 생김새(非)와 나무의 용도, 그리고 열매의 용도를 합한 이름이다. 그만큼 쓰임새가 많은 나무다. 진도 상만리 비자나무는 마을 정자나무로 사랑을 받고 있다.

 

 

 

 

무환자나무(보호수. 수령 600년) / 전남 진도군 초하리

▲ 무환자나무(무환자나무과) : 무환자(無患子)는 근심을 없게 하는 나무란 뜻이다. 중국에서 용한 무당이 이 나무로 귀신을 때려죽인 이후로 그런 이름을 얻었다. 삶에서 근심이 없다면 그곳이 극락이요 천당일 것이다. 이 나무는 600년이 되었는데 몇 년 전 태풍이 와서 많이 상했다. 나무도 생로병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팽나무 / 전남 진도군 상만리

▲ 팽나무(느릅나무과) : 대나무 대롱 안에 팽나무 열매를 넣고 대나무 꼬챙이를 꽂아 치면 '팽'하고 날아가 팽나무다. 아이들에게 이런 신나는 장난감을 제공해 주는 나무가 이렇게 크다. 전국에서 자라지만 대개 해안가와 남부지방에서 자란다. 마을 입구에 서서 마을을 지키고 있다. 우리를 지키고 있는 무엇이 옆에 있다면 든든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