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나무
지독히 쓴맛 소태맛이 나는 나무
과명 : 소태나무과
개화 : 5~6월
결실 : 9~10월
높이 : 10~15m
분포 : 전국 산지
약이나 음식을 먹다가 지독히 쓰면 '소태 같다'라고 표현하고, 찡그린 표정에는 '소태 씹는 얼굴을 하고 있다'라고 한다. 여러 맛 중에서 가장 쓴맛이 소태맛이다. 소태나무 잎이나 가지를 씹으면 지독한 쓴맛이 난다. 소태나무껍질이 소태이고, 소태맛이 나는 나무라고 소태나무다. 또는 나무를 자르면 안쪽에 노란 심재가 별을 박아놓은 것처럼 보이는데, 그것을 소태라고도 한다. 즉 소태는 '별박이'가 있는 것을 뜻하는 말이라고도 한다. 소태나무는 잎, 나무껍질, 줄기, 뿌리가 다 쓰다. 특히 줄기나 가지의 속껍질이 가장 쓰다. 소태나무 속명 Picrasma는 쓴맛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하였고, 중국이나 일본도 쓴맛 나는 나무를 뜻하는 고목(苦木)을 쓰는 것을 보면 세계적으로 쓴맛으로 이름난 나무인 것은 틀림없다.
북한산계곡에 소태나무가 있다. 같은 소태나무과인 가죽나무와 비슷한데 잎에 얕은 톱니가 있는 것이 다르다. 어린 가지는 갈색빛이 돌고 윤기가 난다. 소태나무 잎을 씹어보면 쓴맛에 인상을 찡그리지 않을 수 없다. 입을 헹구어도 오랫동안 쓴 맛이 입 안에 남아 있어서 사탕 하나라도 집어넣어야 한다. 단맛은 쓴맛에 상대되는 것이라 커피에 설탕을 넣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안동 송사동 길송초등학교에 우리나라 유일의 천연기념물 소태나무(174호)가 있다. 그 학교에서 근무하였던 친구 말에 의하면 소태나무 부근에서 키운 꿀벌의 꿀도 매우 쓰다고 한다. 소태가 쓴 것은 크와신(quassin)이란 물질 때문인데, 크와신은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약재, 살충제, 염료로 쓰고, 맥주를 만들 때 쓴맛을 내는 호프 대용으로도 쓴다. 옛날에 어머니들이 아기 젖을 뗄 때에 쓴 약을 숟가락에 개어 젖꼭지에 바르기도 했는데, 소태나무즙을 발라 젖을 떼기도 했다.
여름 막바지에 가평 용추계곡에 갔다가 층층나무처럼 가지를 뻗은 큰 소태나무를 보았다. 잎 겨드랑이에서 핀 황록색 꽃차례가 지고 콩알만 한 열매가 달렸다. 초가을이 되면 붉게 익는데 계곡 건너에 있어서 열매는 맛볼 수가 없었다. 쓴맛은 소태나무가 대표적이지만, 쓴맛 나는 나물은 많다. 씀바귀, 고들빼기, 뽀리뱅이, 민들레, 엉겅퀴, 지칭개, 조뱅이 등 봄나물이 그러하다. 들꽃으로는 용담이 있고 용담보다 열 배는 쓰다는 쓴풀도 있다. 쓴맛을 내는 것은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쓴맛은 알칼로이드란 물질로 독성을 띠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런 쓴 나물을 즐겨 찾는다. 맛도 좋고 입맛도 돋우니 자꾸 먹어본 학습효과이다. 쓴맛은 심장을 안정시키고, 기운을 내려 진정시키고, 열을 내리고, 염증의 부종을 가라앉히는 좋은 점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은 나물에 쓴맛을 싫어한다. 쓴맛은 아이들을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조물주는 대단하여 그런 것을 알아서 만들고 내어 놓는다.
몸이 안 좋으면 쓴맛이 돌고, 쓴맛이 돌면 해독능력이 떨어진다. 때론 인생을 살면서 쓴맛을 볼 일이 있다. 쓴맛을 알아야 단맛을 안다는 말도 있다. 인생에 쓴맛을 세월 속에서 잊을 수만 있다면 그 말이 맞다. 인생은 여행이다. 소중하고도 값진 여행길이다. 인생의 여행길에서 시련이 생길 수 있고, 그 어려움은 통과할 관문이니 뚫고 나아가야 한다. 인생사에 쓴맛은 소태나무 잎 한 입 물고 물 한 모금 삼킬 일이라 마음먹으면 된다. 그렇게 살아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갈채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뜻있는 삶을 살면 참 좋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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