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버들
버들강아지 눈 떴다
봄꽃이 채 피기 전 3월 초가 되면 내(川)가 흐르는 물가에 가장 먼저 움트는 나무가 갯버들이다. 갯버들은 물이 흐르는 상류 하천에 산다. 강이나 바다 가장자리에 물이 드나드는 곳을 '개'라고 한다. 그런 갯가에서 자라는 버들이라 갯버들이 되었다. '개+ㅅ+버들'이 갯버들이 된 것이다. 강아지 꼬리처럼 부드러워 버들강아지라 하기도 하고, 강아지가 줄어 가야지가 된 후, 다시 버들+가야지에서 '야'가 탈락하고 발음하기 좋은 버들개지가 되었다. 버들강아지나 버들개지 모두 표준말이다.
갯버들은 물가에 뿌리를 내리면 가지를 풍성하게 뻗는다. 갯버들은 냇가로 바람이 불어오면 흔들흔들 춤추며 꽃가루받이를 하는 풍매화이다. 물론 벌이 와서 거들기는 하지만 바람이 반갑기만 하다. 꽃이삭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고 향기도 없지만, 하얀 솜털을 드러낸 모습이 귀엽고 앙증맞다. 갯버들 꽃봉오리를 싸고 있는 비늘 조각이 살짝 벗겨져서 위로 올라가면 새 부리처럼 보인다. 비늘 조각 아래로 드러난 꽃술을 보면 수꽃은 회색빛이었다가 꽃이 피어오르며 붉은색 꽃밥이 나오고, 그 꽃밥이 터지고 샛노란 꽃가루가 나오면서 여행 준비를 한다. 암꽃은 수술 이삭보다는 소박하여 하얀 솜털 속에 노란 암술대를 드러낸다.
어릴 때 배운 동요에 '버들강아지 눈 떴다 / 봄 아가씨 오신다 / 연지 찍고 곤지 찍고 / 봄 아가씨 오신다'는 노래가 있었다. 버들강아지는 가장 먼저 냇가로 나온 봄 아가씨다. 그런 버들강아지를 만져 보기도 하고,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기도 했다. 버드나무는 키가 대체로 큰데, 개울가에 무리 지어 자라는 갯버들과 키버들은 키가 작다. 갯버들은 잎이 어긋나고, 키버들은 마주난다. 물을 좋아하는 갯버들은 냇가에서 살면서 오염된 물질을 정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무성하게 뿌리를 내려 질소, 인산 등 오염물질을 흡수해서 하천을 깨끗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꽃을 일찍 피워 봄소식을 전하고, 하천을 정화하는 아름다운 봄의 전령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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