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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향기/나무

멀구슬나무 꽃바람에 봄은 가고

향곡[鄕谷] 2022. 6. 12. 16:01

 

 

멀구슬나무 꽃바람에 봄은 가고

 

 

 

멀구슬나무 / 전남 신안 기점도 (2022.5.18)

 

 

 

봄소식은 꽃소식이요, 봄바람은 꽃바람이다. 꽃이 피는 소식을 알려주는 바람이 화신풍(花信風)이다. 소한(小寒)에서 곡우(穀雨)까지 여덟 절기 120일 동안 매 5일을 일후(一後)로 해서 5일마다 새로운 꽃이 피는 소식을 전하는 바람을 정리한 것이 있다. 소한에 매화에서 시작하여 곡우에 멀구슬나무 꽃까지 24가지 꽃바람을 제시하였다. 중국 고대 세시 잡기와 여러 구구한 출처를 조선 중기 실학자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정리하여 소개하였다. 다만 절기가 우리와 맞지 않고, 우리 땅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진달래나 철쭉, 생강나무는 없다. 꽃이 피는 순서는 맞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이 전남 강진에 귀양 가서 멀구슬나무를 보았다. 한양 부근에서는 자라지 않는 나무이고 보라색 꽃이 드물어 눈에 띄었을 것이다. 다산은 이 나무를 '농가의 늦봄(田家晩春)' 시 소재로 삼아  '비 개인 방죽에 서늘한 기운 몰려오고 / 멀구슬나무 꽃바람 멎고 나니 해가 처음 길어지네 ....'라고 하였다. 늦은 봄에 전하는 멀구슬나무 꽃바람이다. 우리 땅에서는 5월 중하순이 멀구슬나무 꽃이 필 때이다. 

 

멀구슬나무는 멀+구슬+나무의 합성어인데, 제주 방언 '말쿠실낭'에서 온 말이다. 말은 말(馬), 쿠실은 노랗게 익은 열매를 구슬에 비유하였고, 낭은 나무이다. 말쿠실은 말방울이니, 열매가 말방울처럼 생긴 나무란 이름이다. 옛 문헌에 나오는 멀구슬나무 열매 금령자(金鈴子)도 금빛 나는 방울을 의미하였다. 다른 해석으로는 열매가 익으면 과육이 푸석해 멀건 구슬 모양이라 멀구슬나무라 한다는데, 제주 방언과 연결이 안 되는 해석이다. 연화풍(欄花風)은 멀구슬나무 꽃바람인데, 중국명으로 멀구슬나무를 나타내기 위해 연(欄) 자를 새로 만들었다. 잎이 불순물을 걸러낼 수 있다는 뜻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남쪽지방으로 섬 산행을 다니면서 멀구슬나무를 몇 번 보았다. 잎과 열매가 달린 것은 수차례 보았으나 계절이 맞지 않아 꽃은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다가 신안 기점도 섬티아고 트레킹을 갔다가 멀구슬나무 꽃을 보았다. 큰 키 나무에  참죽나무처럼 생긴 잎에 보라색 꽃이 피어 금방 눈에 들어왔다.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나무에  꽃을 많이 달고 있었다. 나무가 커서 그늘이 넓고 동네에 심으면 열매나 뿌리와 나무 재목이 쓸모가 많은 나무다. 씨는 독성이 있지만 기름을 짜서 쓸 수 있고, 열매는 달콤하여 먹을 수 있으며, 옷장에 벌레를 퇴치할 수 있고, 속 줄기는 구충제로 쓸 수 있다. 또 열매는 열이 나고, 헌 데, 오줌을 잘 통하게도 한다. 나무는 단단하고 무늬가 아름다워 재목으로도 좋다. 바닷가에서 연보랏빛 멀구슬나무 꽃바람이 분다. 이제 낮이 길어지니 꽃구경하고 그늘에 쉬어가라는 나무다. 계절을 알려주는 계절목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멀구슬나무 / 전남 신안 임자도 (2022.5.17)

 

 

 

멀구슬나무 / 전남 신안 기점도 (2022.5.18)

 

 

 

멀구슬나무 / 전남 신안 기점도 (2022.5.18)

 

 

 

멀구슬나무 / 전남 신안 기점도 (2022.5.18)

 

 

 

멀구슬나무 / 전남 신안 기점도 (2022.5.18)

 

 

 

멀구슬나무 / 전남 신안 팔금도 (2019.10.8)

 

 

 

멀구슬나무 / 전남 신안 팔금도 (2019.10.8)

 

 

 

멀구슬나무 / 제주 추자도 (2018.11.5)

 

 

 

 

멀구슬나무 / 제주 송당 당오름 (2020.11.17)

 

 

 

 

멀구슬나무 / 제주 송당 당오름 (2020.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