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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산시(山詩)

김장호 시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향곡[鄕谷] 2005. 8. 3. 14:02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김장호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봉우리와 하늘로 가야겠다.
묵직한 등산화 한 켤레와 피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질긴 자일만 있으면 그만이다.
산허리에 깔리는 장밋빛 노을, 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혹은 거칠게, 혹은 맑게, 내가 싫다고는 말 못 할
그런 목소리로 저 바람 소리가 나를 부른다.
흰구름 떠도는 바람부는 날이면 된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
오히려 따스한 천막 한동과 발에 맞는 아이젠,
담배 한 가치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떠돌이의 신세로.
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곳.
들새가 가는길, 표범이 가는 길을 나도 가야겠다.
껄껄대는 산사나이의 신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기나긴 눈벼량길이 다 하고 난 뒤의 깊은 잠과
달콤한 꿈만 내게 있으면 그만이다.

바람이 인다.
새해 아침 먼동이 트면서
저기 장미빛 노을이 손짓한다.
배낭을 챙기자.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방태산 구룡덕봉 (2009.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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