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산시(山詩)

박두진 시 '청산도'

향곡[鄕谷] 2005. 8. 2. 17:39

 

 

                                        청 산 도

 

                                                                                                        박 두 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 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부는 세상에도 벌레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가고, 눈물도 가고, 티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난 너만 그리노라.

 

 

 

 

 

'글곳간 > 산시(山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경림 시 '산에 대하여'  (0) 2005.08.02
김장호 시 '내게는 산이 있다'  (0) 2005.08.02
신경림 시 '하산(下山)'  (0) 2005.08.02
이백 시 '答中山人'  (0) 2005.07.29
정몽주 시 '봄(春)'  (0) 2005.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