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下山)
신경림
언제부턴가 나는
산을 오르며 얻은 온갖 것들을
하나하나 버리기 시작했다
평생에 걸려 모은 모든 것들을
머리와 모에서 훌훌 털어 버리기 시작했다
쌓은 것은 헐고 판 것은 메웠다
산을 다 내려와
몸도 마음도 텅 비는 날 그날이
어쩌랴 내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이 된들
사람살이의 겉과 속을
속속들이 알게 될 그날이
설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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