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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산시(山詩)

신경림 시 '하산(下山)'

향곡[鄕谷] 2005. 8. 2. 17:28

 

 

 

하산(下山)

 

                            신경림

        

                              

언제부턴가 나는
산을 오르며 얻은 온갖 것들을
하나하나 버리기 시작했다
평생에 걸려 모은 모든 것들을
머리와 모에서 훌훌 털어 버리기 시작했다
쌓은 것은 헐고 판 것은 메웠다
산을 다 내려와
몸도 마음도 텅 비는 날 그날이
어쩌랴 내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이 된들
사람살이의 겉과 속을
속속들이 알게 될 그날이

 

 

 

 

 

 

                                 설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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