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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곳간/세상 이야기

토굴 송와일표(松窩一瓢) 2

향곡[鄕谷] 2009. 6. 2. 20:16

 

 

토굴 송와일표(松窩一瓢) 2

 

홍천군 내촌면 와야리 (2009.5.30)

 

 

 

 

 

친구가 마음을 닦는다고 구해두었던 집을 비운지도 몇 해 되었다.  그 빈 집 송와일표(松窩一瓢)에 갔다. 친구가 말하길 난 자는 객이요 든 자는 주인이라며 빈 집 들어가길 허락하였다. 차가 들어가기 어려운 산길을 덜커덩 거리며 가까스로 올라갔다. 풍상을 겪은 대나무평상은 다 스러지고 작년 가을에 널부러진 밤송이가 아직도 마당에 가득하였다.

 

샘물을 길어다가 쇠솥에다 붓고, 집 주변에서 땔나무를 주섬주섬 구해다가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불이 들지 않아 연기가 아궁이에서 도로 나오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만, 물 길어 붓다가 부엌에서 발을 헛디디고, 굴뚝 청소하다 긁히고 ‥  같이 간 친구가 고생하였다.

 

집에서 빚어온 막걸리 한 사발로 목을 축이고, 밀가루 반죽하여 전을 만들어 저녁을 삼았다. 구름이 흘러가며 사라지고 밤이 되면 청산도 어두워는 것을 보며 허심을 일깨운다더니, 어느 새 해는 넘어가고 산골짝은 금새 어두워졌다. 촛농이 뚝뚝 떨어져 촛대가 다 스러질 때까지 세상 얘기 나누는데, 초생달도 밤나무 위에 걸터 앉아서 잘 생각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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