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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곳간/세상 이야기

계산을 힘들게 하지 말라

향곡[鄕谷] 2009. 10. 31. 10:31

 

 

계산을 힘들게 하지 말라

 

 

 

 

 

기온이 낮아지면 등장하는 음식이 호떡이요 드럼통에 구운 군고구마이다. 호떡이란 밀가루를 반죽해서 둥글게 만들고 속에 설탕이나 팥을 넣어 구운 것이고, 청나라에서 건너온 것이기에 오랑캐를 뜻하는 호(胡)를 붙여 이름지은 것은 다 아는 유래이다. 며칠 전 밖에 나갔다가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에 호떡 파는 노점이 있기에 들렀다. '기름없는 호떡' '3개 2000원, 1개 700원' 이라고 쓰였기에 사무실 인원을 생각하고 10개를 달라 하였다. 3개를 봉지에 담아주기에 10개라고 하였더니 못 알아 들었다. 남녀 두 분이 말을 듣지 못하는 분인 것을 직감하고 열 손가락을 폈더니 깜짝 놀라며 10개를 담아 주었다. 이번엔 1만원 지폐를 내었더니 셈을 하기 어려운 것 같았다. 서로 손짓을 해가며 거스름 돈을 계산하는데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내가 천 원을 꺼내고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손으로 셈하였더니 그제야 웃으며 거스름 돈을 내어준다. 내가 맞지요 갑니다 하는 표정을 지으니 고개를 끄덕인다.

 

집에 와서 그 얘길 하였더니, 아내가 말하길 호떡을 사면 되는데 계산하기 힘들게 했다고 하였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였다. 물건 살 때 생각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200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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