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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세상 이야기

감이 있는 가을 풍경

향곡[鄕谷] 2009. 10. 31. 17:56

 

 

감이 있는 가을 풍경

 

 

  

 

가을에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풍경은 푸근해서 좋다. 감을 타래로 널어놓은 집은 곱기도 하고 왠지 여유가 있어 보인다. 감나무에서 떨어진 홍시가 바닥에 떨어지고 가지가 휘어지게 감이 달렸다. 어릴 때 여름밤에 자다가 보면 기왓장을 때리며 생감이 떨어지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일어나서 한 군데에 모아 두었다가 배 고프면 물렁해진 감을 간식으로 먹었다. 감이 익을 때면 사다리를 놓거나 기와지붕에 올라가서 감을 따는데 잠자리채나 대나무 갈라진 틈으로 따는 맛이 쏠쏠하였다.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들려면 쭈글쭈글한 것이 모양 내기도 어려웠다. 곶감이란 말은 '곶다(꽂다)'에서 온 것으로 꼬챙이에 꽂아서 말린 감이란 뜻인데, 곶감을 만들기 위해서 찬이슬이 맺히는 한로 때부터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 사이에 감을 따서 쓴다. 공기가 통하게 하고 말리고 거둬들이는 과정이 모두 정성이 필요하다. 곶감은 건강식이고 기침, 숙취, 지사에도 좋다고 한다.

 

제사 음식에 과일은 삼색이나 오색을 쓰는데 어떤 경우라도 대추 밤 감(또는 곶감)은 기본이다. 그래서 집 부근에 이런 과일나무를 심는데, 제사에 올리는 기본 과일에는 다 뜻이 있다 하였다. 감을 심으면 고욤나무가 되어 나중에 가지를 째서 감나무 접을 붙여야 감나무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이 되기 위해 배우고 훈련받는 아픔이요 과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감나무 /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정산마을  2009.10.24

 

 

 

 

 감나무 / 오서산(충남 홍성군 광천읍)  2006.10.21

 

 

 

 

 곶감 / 이만봉 (충북 괴산군 연풍면) 2006.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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