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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글곳간/세상 이야기

친구가 보내온 옥수수

향곡[鄕谷] 2009. 8. 11. 23:11

 

 

친구가 보내온 옥수수

   

친구가 옥수수를 보내왔다. 얼마나 인정스러운지 하는 일이 늘 다른 사람이 흉내내기 조차 어렵다. 서울에 있는 아파트에 살면서 일년에 한번씩 친구들을 불러다가 배추전을 구어주는 일을 벌써 수 년째 한다. 근처 텃밭에 부부가 배추를 갈아서 가을이 되면 친구들을 불러 배추전을 구워준다. 인정스러움에 친구들이 매년 많이 모여 늘 정이 넘치는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올해는 단양 쪽에 땅을 구해 옥수수를 갈아서 추수를 한다고 친구들을 모았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고 친구들을 모아 여름 밤을 보냈다. 추수한 옥수수는 다 나눠주고 참가하지도 않은 나에게도 편지와 함께 택배로 옥수수를 보내왔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친구는 우릴 늘 감동하게 한다. 감동은 생각지도 않으면 더 크게 오는 법이다.

 

이것이 삶의 윤기요 아름다움이다. 예로 부터 좋은 일을 하면 즐거운 일이 있다(積善之家 必有餘慶)고 하였으니 복을 받을 것이다. 살려면 마음을 잘 쓰라하였는데 친구에게 배운다. 농사 짓느라 고생한 부부 정성이 알알이 박혀 옥수수가 더 맛이 있다. 윤기가 반들반들하다. 그제는 어머니가 오셨기에 바람쐬러 모시고 나가며 옥수수를 쪄서 가지고 나갔다. 우리 친구가 보내온 이라고 자랑을 하였다. 자랑을 할 친구가 있어서 좋다.  (2009.8.10)

 

 

 

친구가 보내온 편지

 

친구들에게

 

아직 쌀쌀한 바람이 남아있던 4월 초순 고향 근처 조그만 밭에 무얼 심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강냉이를 심기로 했다. 밭의 토질이 비옥하지 못한 경사진 곳이기도 하지만 우선 옥수수란 것이

잡초에 강하고 땅 영양분 흡수력이 좋아 다른 작물에 비해 나 같이 어설픈 초보가 가꾸기에

안성마춤이다.

 

거기에다가 한여름밤 친구들과 같이 커다란 솥에 한가득 삶아놓고 까먹는 맛이 그 어느 것 보다

나을 것 같아 주말이면 찾아가 정성에 정성을 들였다.

 

7월 초순에 가보니 벌써 알이 여물어가고 있어 언제 날 잡아 스스럼 없는 친구들 불러 밭가에서

천막치고 저녁이나 같이 먹어야겠다고 계획했는데, 옥수수 익는 날짜와 장마와 휴가철이 서로

엇갈리고 안맞아 돌아가며 영 내 마음을 몰라주네. 하기사 어리버리한 내가 뭐하나 계획대로

실천하는게 있었겠느냐마는 이번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네 그려 

 

해서 이렇게 비록 상품가치는 없는 조열한 것이지만 조금씩 친구에게 보내니 우리 부부의 정성

이라 생각하고 맛있게 먹어 준다면 올해의 나의 농사는 보람을 넘어 성공이라 생각되네.

무더운 여름 친구의 가내에 건강함과 여유로움이 언제나 함께 하기를 비네.

 

2009년 8월

친구 ○○○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