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서울 경기 탐방

삼전도비 / 숨겨놓고 싶은 역사

향곡[鄕谷] 2010. 1. 19. 21:29

숨겨놓고 싶은 역사

삼전도비(三田渡碑) / 사적 제101호

서울특별시 송파구 석촌동 289-3 번지 (2010.1.18)

 ※ 지금은 석촌호수 옆으로 옮겨 다시 세웠다

 

 

남한산성을 오르거나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읽으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병자호란 때 청과

항전하던 것이 물거품이 되어 인조가 군졸을 이끌고 한강 남쪽 삼전도 수항단에 나와 무릎을 꿇고

치욕의 강화를 맺은 일이다. 살을 애는 추위에 언발을 구르며 제대로 먹지 못하고 버텨왔는데

모두가 허사가 되었다. 백성이나 왕조의 고초는 허탈하기 그지 없을 터였다.

 

국치의 비로 기억하기도 싫고 부끄러워 찾기도 싫겠지만 그 역사도 우리의 역사이기에 숨길 수가

없다. 분한 일이지만 기억해야 하는 일이다.  비문을 쓰기 위해 글 재주 있던 이조판서와 당대의

명필들을 동원하였다. 결국 왕명을 받은 대사헌 이경석이 비문을 지었다. 그는 그의 형에게 쓴

편지에서 "글 공부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됩니다"라고 썼다. 글 재주 있다는 것이 마음 아팠다.

수치스런 기록을 자신의 손으로 쓰다니 원망스러웠다. 

 

숨겨 놓고 싶은 장소이기에 찾아가는 길에 달리 표지가 없다. 책을 보고 경찰지구대에 가서 묻고

찾았다. 다 안다. 온 천지에 알리고자 몽골어 만주어 한자로 써서 비를 세운 청나라의 뜻을 알기에

더 숨겨 놓고 싶은 것일까. 다시는 이렇게 숨겨 놓고 싶은 일을 이제는 만들지 말아야 한다.

 

 

 

 

 

삼전도비

 

 

전에 쓰던 삼전도비 거북받침 

 

 

인조가 항복하던 장면이 있는 조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