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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곳간/세상 이야기

밤(栗) 치는 일

향곡[鄕谷] 2010. 2. 21. 23:11

 

 

밤(栗) 치는 일 

 

 

 

 

밤은 한자로 율(栗)인데 꽃과 열매가 생긴 모양새가 그리 생겨 만든 글자라고 한다. 제례 때 집집마다 과일 쓰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체로 조율시이(棗栗枾梨) 즉 대추,밤,감,배 순서로 놓는다. 밤을 치는 것은 시간이 걸려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늘 내 몫이다. 제물올리는 밤은 깎는다고 하지 않고 친다고 표현한다. 밤을 치다가 보면 밤 속에 애벌레가 있는 일이 많다. 껍질에 있던 심식충이라는 알이 붙어있다가 날이 따뜻하면 껍질을 뚫고 들어가 생긴 벌레이다. 진한 소금물에 일주일 담궜다가 쓰면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옛날에 큰집에 가면 뒤안에 토굴이 있어서 굴 안 모래 속에 밤을 묻어 두어 싱싱하게 갈무리 하였다가 썼다.  

 

밤은 부귀와 자식을 상징하여 혼례나 제사에 밤을 쓴다. 밤은 혼례에서는 아들을, 제례에서는 조상의 뿌리를 상징하는 과일이다. 밤이 뿌리를 내려 큰 나무가 되어도 처음에 종자였던 씨밤은 까지 썩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근본을 잊지 않고 조상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로 밤나무를 쓴다는 것이다. 밤나무 목재는 잘 썩지 않고 구하기도 쉬워 위패나 제상을 만드는데 쓴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 밤나무숲 부근을 지나면 밤꽃 냄새가 유별나다. 시큼한 냄새가 나는데 정액향이라 하여 과부들이 밤꽃 필 무렵에는 외출을 삼갔다는 얘기도 있다. 가을이 되면 추석에 산소 다니면서 밤송이를 털어 알밤을 꺼내는 재미가 괜찮다. 밤이 무를 때는 옹크리고 있던 밤송이익으면 벌어지는 모습은 참 묘하다. 겨울에는 군밤을 구어 먹는 일좋다. 밤을 구울 때는 밤에 칼집을 내어야 튀지 않는다. 밤을 치면서 모양새 잘못 나온 밤을 부적부적 깨무는 맛도 괜찮고, 남은 밤을 삶아 작은 숟가락으로 파먹는 맛도 좋다.

 

 

 

 

 

 

 밤나무 꽃 /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법흥사 입구(2007.6.24)

 

 

 

 

 밤꽃 / 북한산 밤나무골 (2008.6.28)

 

 

 밤나무 / 경기도 양평군 팔당2리 (200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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