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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곳간/세상 이야기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

향곡[鄕谷] 2010. 12. 2. 19:22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

서울지하철 2호선에서(2010.12.2)

 

 

 

 

아침에 사무실에 가기 위해 서울지하철 2호선을 탔다. 나는 짜투리 시간에 책을 펴서 읽고 있었다. 성수역을 지나서 일흔다섯은 되어 보이는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고 어렵게 사는 노인 한 분이 지하철에서 모은 신문을 가지런히 묶어서 어깨에 짊어지기 위해 젊은이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노인은 자세를 낮게 하고 두 청년이 일어나 어깨 끈을 팔에 끼워 드리고, 노인은 무거운 짐을 겨우 등에 지고 난 뒤 출입문 옆 의자 가로막에 기대려고 혼자 얹기 시작하였다. 삐죽 나온 신문이 방해를 하여 쉽게 올려 놓지 못하자 또 다른 청년이 달려와 거들어서 자세가 불안전하지만 겨우 올려 놓았다. 그런데, 노인은 내리지는 않고 계속 짐을 지고 있었다. 나중에 짐을 올리는데 도움을 준 청년이 다시 와서 어디까지 가시느냐 물었다. 노인은 시청역까지 간다고 하였다. 그 청년이 나도 시청역에서 내리니 짐을 내려 놓으시면 다시  도와드리겠다고 하였으나 그냥 지고 있겠다고 하였다. 가슴이 더 아려왔다. 아까부터 책 읽을 마음이 생기지 않아 도로 덮었다. 내가 시청역에서 내려 짐을 지는 것을 도와드리는 것이 마음 편할 싶었다.

 

을지로3가역에 다가설 즈음 노인 옆에 앉았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숙녀께서 지갑에서 만원짜리 지폐를 꺼냈다. 노인에게 다가서더니 점심이나 드시라고 건네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노인이 고맙다며 받았다. 그 숙녀분도 가슴이 아렸던 모양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었다. 그 숙녀분이 내리는 역이 나와 같아 선한 그 얼굴을 보고 싶었다. 숙녀는 다른 열차를 갈아 타느라 지하철노선도를 보고 있었다. 그 때 어떤 아주머니가 갑자기 나타나 선릉 가는 길을 알려 달라고 하여 일러 드리고 뒤따라 차를 탔더니 이미 그 숙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 숙녀분은 천사와 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살아가려 애를 쓰는 노인의 모습에 마음이 아리고, 노인을 도우려는 사람들로 훈훈한 지하철이었다. 모두 마음따뜻한 사람들이다.

 

 

 

 

 

지하철에서 신문을 모아 짐 진 노인

 

 

 

 

  노인에게 따뜻한 마음을 베푼 숙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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