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따뜻한 사람들
서울지하철 2호선에서(2010.12.2)
아침에 사무실에 가기 위해 서울지하철 2호선을 탔다. 나는 짜투리 시간에 책을 펴서 읽고 있었다. 성수역을 지나서 일흔다섯은 되어 보이는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고 어렵게 사는 노인 한 분이 지하철에서 모은 신문을 가지런히 묶어서 어깨에 짊어지기 위해 젊은이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노인은 자세를 낮게 하고 두 청년이 일어나 어깨 끈을 팔에 끼워 드리고, 노인은 무거운 짐을 겨우 등에 지고 난 뒤 출입문 옆 의자 가로막에 기대려고 혼자 얹기 시작하였다. 삐죽 나온 신문이 방해를 하여 쉽게 올려 놓지 못하자 또 다른 청년이 달려와 거들어서 자세가 불안전하지만 겨우 올려 놓았다. 그런데, 노인은 내리지는 않고 계속 짐을 지고 있었다. 나중에 짐을 올리는데 도움을 준 청년이 다시 와서 어디까지 가시느냐 물었다. 노인은 시청역까지 간다고 하였다. 그 청년이 나도 시청역에서 내리니 짐을 내려 놓으시면 다시 도와드리겠다고 하였으나 그냥 지고 있겠다고 하였다. 가슴이 더 아려왔다. 아까부터 책 읽을 마음이 생기지 않아 도로 덮었다. 내가 시청역에서 내려 짐을 지는 것을 도와드리는 것이 마음 편할 듯 싶었다.
을지로3가역에 다가설 즈음 노인 옆에 앉았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숙녀께서 지갑에서 만원짜리 지폐를 꺼냈다. 노인에게 다가서더니 점심이나 드시라고 건네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노인이 고맙다며 받았다. 그 숙녀분도 가슴이 아렸던 모양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었다. 그 숙녀분이 내리는 역이 나와 같아 선한 그 얼굴을 보고 싶었다. 숙녀는 다른 열차를 갈아 타느라 지하철노선도를 보고 있었다. 그 때 어떤 아주머니가 갑자기 나타나 선릉 가는 길을 알려 달라고 하여 일러 드리고 뒤따라 차를 탔더니 이미 그 숙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 숙녀분은 천사와 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살아가려 애를 쓰는 노인의 모습에 마음이 아리고, 노인을 도우려는 사람들로 훈훈한 지하철이었다. 모두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다.
지하철에서 신문을 모아 짐 진 노인
노인에게 따뜻한 마음을 베푼 숙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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