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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곳간/세상 이야기

떡국을 준비하며

향곡[鄕谷] 2011. 2. 2. 12:18

 

 

떡국을 준비하며

 

 

 

어릴 때 설이 되면 어머니가 바구니에 담아준 쌀을 방앗간에 가지고 가서 가래떡을 뽑아 왔다. 기계에서 나오는 김이 무럭무럭 나는 가래떡을 손으로 동강동강 나누어 찬물에 내리는데, 어쩌다 방앗간 아저씨가 잘라주는 가래떡을 받아 먹으면 뱃속까지 뜨뜻하였다. 요즘은 어머니가 매년 보내는 가래떡을 집에서 식구가 같이 썬다. 작년에는 아내가 팔목이 아파 혼자 썰었는데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떡국은 설에 먹는 세시음식(歲時飮食)이다. 새해 첫날 밝음과 깨끗함의 의미로 흰떡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신성함이 있고 희고 길어 장수를 의미한다. 육당 최남선이 지은 '조선상식문답'에 보면 설날에 떡국을 먹는 풍습은 상고시대 이래 제사 때 쓰던 음복음식(飮福飮食)에서 유래된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설날에 세배를 하면 아버지가 하시던 그 방식대로 맏이가 된 내가 덕담을 대표로 하고 있다. 아버지 살아계실 때는 세배가 끝나고 상을 치운 뒤, 아버지가 토정비결을 보시고 윷놀이를 하면서 참으로 식혜와 배추전을 먹었다. 이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도 몸이 불편하시어 올해는 못 올라오신다니 제사 지내고 식구들과 같이 내려가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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