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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걸어서 보는 세상/동티베트

5. 해라구빙천(海螺溝氷川) / 미로로 들어가는 얼음계곡

향곡[鄕谷] 2015. 10. 4. 21:48

 

 

 

동티베트 배낭여행 5.

3일째 (2015.9.1. 흐림)

 

해라구빙천(海螺溝氷川)

미로로 들어가는 얼음계곡

 

 

 

오늘 일정은 해라구빙천에 다녀와 캉딩(康丁)까지 가는 것이어서 아침부터 서둘렀다. 숙소 앞에 있는 음식점에서 우육면(牛肉麵)을 먹고 7시 반에 숙소에서 나섰다. 묵었던 숙소에 배낭을 맡아 달라고 했더니 안된다고 하였다. 관광지 숙소를 경영하는 주인의 입장에서 그럴 수 있는 일이기는 하나 아쉬움이 있다. 해라구빙천 매표소로 가서 입장권과 셔틀버스표를 구입하였다. 버스 밑 짐칸에도 배낭을 싣지 못하게 하여, 배낭을 메고 차에 올랐다. 좌석이 차야 떠나는 버스라서 좁은 좌석에 비집고 들어가 큰 배낭을 안았다. 속리산 말티고개 오르듯 굽이굽이 산길을 오른다. 굽이를 돌 때마다 상대 차량에 신호를 보내느라 클락숀 소리를 요란하게 낸다. 몇 굽이를 도니 그것마저 익숙해졌다. 해라(海螺)가 '바다소라'라는 뜻인데, 이 숲길도 소라처럼 빙글빙글 미로로 들어가는 것 같다.

 

30여분 오르고 넓은 공터에 차를 세우더니 모두가 내린다. 종점은 아닌 것 같은데, 모두가 익숙하게 내린다. 배낭을 짐칸에 싣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알고 보니 숲길은 걸어서 올라가는 거라 하였다. 정차장 앞에 제일 먼저 나선 것은 네댓 마리의 원숭이들이다. 누군가 먹던 비스킷을 주머니에 넣었더니, 원숭이 한 마리가 어느새 나타나 주머니에서 그 봉지를 꺼내서 나무 위로 잽싸게 달아난다. 동작이 빨라 그들의 성질을 건드렸다간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숲길 입구에는 산소가 지상의 2천 배나 되는 숲길이라고 적혀 있다. 중국인들의 허풍이 워낙 세기는 하지만 숲은 맑고 싱싱하다. 우리와 다른 두견목이 있었다. 진달래를 두견화라 하는데, 우리 진달래는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 자란다면, 두견목은 음습한 곳에 있었다. 우리의 고유종인 산철쭉과 비슷하여 계곡의 물가에서 자란다는 점이다. 최종 빙기 빙퇴적호수인 자그마한 초해자(草海子)도 몇 군데 있다. 해발 3천 m가 넘는 곳 2㎞ 숲길에서 산소욕은 몸을 상쾌하게 하였다.  

 

숲을 나와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20여분 산길을 올랐다. 버스 종점에 있는 음식점에서 간식으로 먹을 빵과 옥수수를 산 뒤 배낭을 맡겼다. 1인당 소지 중량이 있어서 어차피 배낭을 멘 채로 케이블카는 탈 수가 없다. 거리가 3500m가 넘는 케이블카는 천천히 위를 향해 오르고 발아래 빙하는 흙속에 묻혀 있었다. 산은 구름을 이고 있고, 얼음 녹은 물이 골마다 실폭포를 만들어서 흘러 보낸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니 갑자기 날씨가 차다. 15분 정도 가면 사람들이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홍석탄은 3800m가 된다. 돌이 붉어 홍석탄인데, 타르초(불교경전을 새긴 오색 기도깃발. 줄에 매달아 놓는다)가 휘날려 티베트 분위기가 난다. 중간에 사원이 있어 승려가 기도하고 가란다. 돈을 10위안 내었더니 담뱃갑만 한 나무 부적을 준다. 바로 옆 계곡에 손을 담갔더니 얼음처럼 차다. 하기야 빙하가 녹은 물이 아니더냐. 구름에 가려 공가산 정상은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

 

다시 빙천(氷川)이 있는 곳으로 갔다. 빙하를 이곳에는 빙천으로 부른다. 내려가는 길이 돌길인 경사진 곳이고 아래는 얼음이라 들것을 메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있다. 아래로 내려가 보니 흙으로 보였던 곳이 전부 얼음이다. 더 안쪽으로 갔더니 크레바스(얼음 틈새)가 있다. 잘못 발을 디뎠다가는 얼음 사이빠져서 올라오기가 힘들게 생겼다. 지형도 불안정하여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산의 한쪽이 무너져 내리며 굉음을 울렸다. 배낭을 맡겼던 식당에서 밥을 시켰다. 밥을 달랬더니 10 사람의 장정이 먹을 만큼 큰 그릇으로 담아 왔다. 이웃 식당에 가서 자랑이 늘어났다. 우리 집에 한구어런(한국인)이 왔다고.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가는데도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화제이다. 어느 드라마도 봤고 연예인 누구를 안다고 하였다. 여행지에서는 한국인에 대한 평이 좋았다. 

 

 

※ 해라구 셔틀버스(왕복) : 70위안

    해라구 입장료 : 62위안

    해라구 케이블카(왕복) 140위안 ( 이상 할인 없음 )

 

 

 

해라구빙천삼림공원 입구

 

 

해라구 숲길 입구. 원숭이가 우리를 구경하고 있다

 

 

빙퇴적 호수인 초해자

 

 

 

 

두견목

 

 

 

 

 

 

 

 

 

해라구빙천 하구

 

 

해라구빙천. 아래로 사람이 겨우 보인다

 

 

사원에서 본 해라구빙천

 

 

타르초

 

 

타르초와 백탑

 

 

홍석탄 가는 길

 

 

 

기도하고 가라는 승려

 

 

 

당귀를 파는 여인. 2진(1㎏) 30위안 어치를 샀다.

 

 

 

빙천으로 내려가는 입구. 흙으로 보이는 곳은 모두 얼음계곡이다

 

 

 

 

 

 

 

가까이 가면 얼음계곡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해라구빙천 실폭포

 

 

 

해라구빙천 식당 부부

 

 

 

해라구빙천에서 매표소 입구로 내려가는 셔틀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