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향 글향이 있는 산방

산을 걷고 길을 걸으며 세상을 배웁니다

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섬 이야기/제주도

산굼부리 / 억새가 넘실거리는 화산체

향곡[鄕谷] 2019. 10. 2. 12:36

 

 

산굼부리

억새가 넘실거리는 화산체 (천연기념물 제236호)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2019.9.26)

 

 

 

산굼부리 화구 / 제주 조천읍 (2019.9.26)

 

 

 

태풍이 막 지나간 뒤 제주 산굼부리에 갔다. 제주에는 이번 태풍에 비가 많이 왔다. 한라산이나 사라오름에 갔다면 제법 많이 고인 물을 보았을 것이다. 산굼부리도 분화구이니 물이 고이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굼부리는 화산체의 분화구를 가리키는 제주말이다. 화산체는 화구 주변에 쌓여 생긴 산체이다. 어느 정도 크기가 있는 오름이라면 굼부리가 다 있다. 산굼부리는 높이가 437m이고 둘레가 2㎞나 되는 큰 화구를 가진 오름이다. 주변 들판이 410m여서 바깥에서 보는 화산체 높이는 30m 정도이니 그리 높게 보이지는 않는다.

 

분화구만 보자면 백록담은 둘레가 3㎞이고 깊이가 115m인데, 산굼부리는 둘레가 950m이고 깊이가 132m이다. 산굼부리가 더 깊은데 100m 정도는 지하여서 눈으로 보기에 낮게 보인다. 화산체가 낮은 것은 가스만 터져 나오고 마그마나 화산재가 나오지 않은 곳이기에 그렇다이런 분화구를 마르(Maar)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하나뿐이 없는 지형이다. 고등학교 때 지질시간에 배운 기억이 어렴풋하다.

 

여하튼 분화구에는 물이 고여 있지 않았다.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분화구에서 빨아들이는 것이다. 한때 농사를 지었다고 하는데 돌을 쌓은 흔적이 남아 있다. 그 안은 움푹 파여서 바깥 기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그래서 다양한 수종들이 살고 있는 식물의 보고가

되었다. 주변에 있는 오름을 눈으로 둘러보았다. 많은 오름을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이곳 안내도에 적힌 오름의 반을 가보지 못하였다. 더 많은 오름을 올라야 하는 이유가 또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