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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섬 이야기/제주도

일몰 / 서귀포 표선에서

향곡[鄕谷] 2019. 10. 3. 10:28

 

 

일몰

 

서귀포 표선 (2019.9.25)

 

 

 

 

한라산이 보이는 서귀포 표선 앞바다

 

 

 

해가 진다. 해가 지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해가 지는 모습은 늘 봐도 경이롭다. 해의 수명이 100억 년이라 하고, 지금 해의 나이는 45억 년이라 한다. 아직도 55억 년 ×365번이나 해가 뜨고 지는데 뭐가 그리 경이로울 것이 있느냐고 해도, 하루하루 사는 일이 경이로운 것이고, 그래서 해를 보는 일도 경이로운 일이다.  

 

해는 뜨고 질 때 더 크다. 수평선이나 지평선에서 해가 더 커 보이는 것은 우리 눈의 착시 현상이다. 세상은 가끔 착시 속에서 아름다움이 있다. 또한  태양은 원래 거기 있고 별도 원래 거기 그대로 있는데, 해와 별이 뜨고 지는 것은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운동장에서 한 바퀴 돌면 운동장 한쪽 나무가 보였다가 안 보였다가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어디 다니다가 보면 상대가 움직이는데 우리가 움직이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세상에는 착각과 착시가 자기로부터 일어나는데 모든 것을 자기 기준으로만 판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계절의 변화로 가을이 오듯 해는 종일 운행을 하고 바다를 건너간다. 파란 하늘이 붉어지고 노을이 아름답다. 공기가 수정체와 같이 구부러져 있어 수평선으로 지는 바다 노을은 색깔이 또 다르다. 해는 넘어가고 붉은 기운이 조금씩 옅어져갔다. 시간이 쌓이면 그 시간도 만물에게는 유한한 것이니, 저기 지는 해도 나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한라산은 여인이 누워있는 모습으로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