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1
백두산 서파에서 장백폭포까지
산행 1일 : 마천루 - 5호 경계비 - 청석봉 - 백운봉 - 녹명봉 - 차일봉 - 소천지 - 온천구 (2001.8.28. 맑음)
산행 2일 : 천문봉 - 승사하 - 장백폭포 - 온천구 (2001.8.29. 맑음)

1998년 외환위기로 은행이 합병하는 과정에 절반 가까운 인원이 직장을 그만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합병 이후 조직을 하나로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백두대간 대장정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다. 한라산과 백두산을 더하여 한라에서 백두까지 오르는 대장정이었다. 4급 이하는 전 직원이 참여하였고, 3급 이상은 희망자에 한해 1박 2일로 평균 25km를 이어 걸었다. 1만여 명이 1천여 ㎞를 걷는 대장정에 나는 희망자로 참가하였다. 참가 인원 중 모범직원을 선발하였는데, 나는 산행 후기로 시를 지어 냈더니 뽑혀 백두산에 가게 되었다.
100 명 정도가 중국 비행기를 타고 연길공항에 내렸다. 공항 주변은 논밭이었고 건물이 거의 없었다. 버스를 나눠 타고 연길로 갔다. 길 옆은 끝없는 옥수수밭이었고, 윤동주가 학교를 다녔던 용정을 지나 네댓 시간은 걸렸지 싶다. 연길 진달래 냉면집에서 큰 대접에 가득 나온 냉면으로 점심을 먹고 이도백하 숙소로 갔다. 다시 차로 7시간은 더 가서 숙소인 백운봉산장에 도착한 시간은 밤 11시 반이었다. 화장실에 칸막이가 제대로 없는 오래된 산장이었다. 한밤중에 늦은 저녁밥을 허둥지둥 먹고, 아침 일출을 보기 위해서 30분 휴식 후 다시 지프차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렸다. 이런 강행군이 없다. 쪼그려 앉은 지프차 안에서 밖을 보니 온통 숲이었고, 밤중에도 도로공사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우리가 탄 차는 아마도 지금 서파 주차장에 내렸을 것 같다.
서파에 내렸을 때에는 날이 어두워 희붐하여 랜턴을 비추며 돌계단으로 올랐다. 숨은 차고, 바람은 조금씩 불고 날씨는 서늘한 가을 날씨였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이고 군인들이 몇 명이서 서성이고 있었다. 5호 경계비를 넘어가면 북한땅이니 넘어가면 안 된다고 가이드가 몇 번이고 주의를 주었다. 어두운 속에서 경계비를 보니 한쪽은 조선이라 썼고, 반대쪽은 중국이라 썼다. 여기가 경계가 확실하다. 잠시 후 하늘과 산의 경계가 드러나고, 무지개봉이라 부르는 봉우리 사이로 해가 떠올랐다. 입이 절로 벌어지며 감탄하였다. 같이 간 허영호대장과 기념촬영을 하였다. 올라온 사람은 우리뿐이 없어서 일출 구경에 여유가 있었다.
어두운 천지에서 일출을 감상한 후 백두산 북파까지 산을 반 바퀴 걸으려 나섰다. 천지에서 하산하여 청석봉으로 향하였다. 그제야 산의 모습이 드러났다. 해발 2,664미터 봉우리가 보였다. 다섯 봉우리가 푸른 암석으로 되어 있어 청석봉인 이유를 알 수 있다. 그곳은 오르지 못하는 데다가 가팔라서 돌아서 가기 위하여 산을 한참 더 내려갔다. 깊은 낭떠러지를 보면서 갔다. 백두산 화산 분출이 1702년 (조선 숙종 2년)이니 3백 년 전이었다. 그 사이 산은 파이고 씻겨 생긴 모습들이다. 한참 내려가 다시 오르는 길에 다시 천지를 본다. 그뒤로는 천지를 계속 보며 걸었다. 천지는 햇빛에 반짝이고 봉우리들도 선명하다. 천지는 지금껏 보는 것보다 더 넓게 보였다.
다음 산은 백운봉(2691m)이다 중국 동북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라 중국이 장백산 정상이라 부르는 산이 백운봉이다. 산 모양은 둥근 편이고 종일 흰 구름이 감돌아 백운봉이다. 산 밑에 보이던 나무는 봉우리 쪽으로는 거의 없고 한 줄기 물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백두산 천지 물은 지하수가 61.5%, 빗물이 30.7%, 나머지가 산 지면에서 흐르는 물이라니 그 물이다. 구름은 천지 안으로 들어오려다가 나가고, 다시 들어오려다 나가며 천지를 범접하지 못하였다. 백운봉 오르는 길은 힘이 들었다. 힘이 들어 쉬는 시간에는 대부분 풀밭에 누워서 쉬었다.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소천지까지 걷는 길은 숲이 늘었다. 숲은 가을빛이 들기 시작하였다.
다음날은 지프차를 타고 북파에 있는 천문봉으로 갔다. 이곳에 기상관측소를 세워 천문봉이다. 날씨는 어제처럼 맑다. 멀리 북한땅인 백두산 최고봉 장군봉이 더 가깝게 보인다. 중국 관리원들이 비디오 사진 찍는 것과 태극기가 있는지 단속을 한다. 그곳서 백두산 천지물의 유일한 출구인 달문에서 내려오는 승사하로 걸었다. 물맛을 보았다. 물맛이 좋고 시원하였다. 기념으로 생수 두 병에 천지물을 담았다. 1250m를 흘러온 물은 벼랑을 만나 68m 높이 장백폭포를 이룬다. 주차장에 내려오니 조선족들이 카세트를 틀어놓고 노래를 하며 춤을 춘다. '반갑습니다. 짝사랑, 고향의 봄'을 부른다. 동포 여러분 같이 놀자고 손짓을 한다. 따뜻한 정이 흐르는 모습이다. 하산 후 연길로 가서 하루를 더 보내고 귀국하였다. 백두산을 종일 걸었던 기억은 평생 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