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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우리도 산처럼/강원 충청 산

금병산 / 김유정 등산길

향곡[鄕谷] 2017. 3. 27. 09:31

금병산 2

 

 

금병산(錦屛山. 652m)

김유정 등산길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2017.3.26)

김유정역-금병의숙터-산신각-만무방길-금병산 정상-동백꽃길-김유정문학촌-김유정역

약 8.2㎞. 이동시간 3시간 10분. 휴식 50분. 합계 4시간.

 

 

김유정 문학의 산실인 실레마을 뒷산 금병산으로 갔다. 상봉역에서 김유정역까지는 경춘선 열차로 70분이다. 예전에 신남역이 김유정역이 되었다. 역에서 오른쪽으로 금병초등학교 가는 길로 가면, 학교 앞에 김유정기적비(紀績碑)가 있다. 김유정이 세운 간이학교 금병의숙이 있었던 터이다. 김유정이 심었다는 느티나무가 우람하다. 벌써 김유정 사후 80년이니 100년 정도 된 나무다. 김유정의 수필 '오월의 산골짜기'에 실레마을 이야기가 나온다. '빽빽하게 둘러싼 산에 묻힌 아늑한 마을이 옴팍한 떡시루 같다고 하여 실레'라고 하였다. 그 이야기를 기적비에 적었다.

 

만무방길로 들어섰다. 예의와 염치가 없는 막돼먹은 사람을 만무방이라 하는데, 김유정이 쓴 소설 제목다. 소설 속 응칠이는 가을에 이 숲 속에서 송이를 훔쳐 먹은 곳으로 반양반음의 산길이다. 산신각에서 개울로 내려가는 왼편에 다락배미 논들이 보인다. 소작을 하는 동생이 짓는 논에 밤도둑이 들어 벼를 훔쳐간다는 얘기를 응칠이가 들었다. 도박을 하다가 슬며시 빠져나와 한밤중 논가에 숨어 있다가 잡은 도둑이 동생이었다. 자기 논의 벼를 훔쳐서 살아야 했던 고난한 삶이었다. 소설 속에 늑대 두 놈이 짝을 지어 내려왔다는 으슥한 길에 다람쥐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고, 풀숲엔 산새 소리가 산길을 심심치 않게 한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때론 싸락눈을 뿌린다. 정상에서 산 아래가 보일 리 만무다. 소설 '산골나그네'에서 떨어지던 가을 잎이 덜 떨어진 듯, 가을잎은 봄이 들어서도록 아직 남아 있다. 봄산에 동백꽃은 유난히도 샛노랗다. 생강나무꽃을 여기서는 동백꽃이라 한다. 정선아리랑에 나오는 '올동박'이나, 가요 '소양강처녀'에 나오는 '동백꽃 피고 지는 계절이 오면'이라고 나오는 동백꽃이 모두 생강나무다. 그걸 모르고서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을 낸 출판사에서는 동백꽃 표지를 빨갛게 그렸다. 

 

들병이들 넘어오던 눈웃음길을 지나 김유정생가로 들어섰다. 점순네 수탉과 싸움을 하는 뒤편에 몽둥이를 들고 점순네 닭을 노려보는 청동상이 서 있다.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장면이다. 망할년 등줄기를 한번 되게 후려치겠다는 심사로 몽둥이를 들었지만 내려치지는 못하였다. 닭 싸움을 시켜 놓은 점순이가 동백꽃이 핀 바위틈에서 버들피리로 만든 호드기를 불고 있었던 것이다. 점순이에게 엮여도 잔뜩 엮여 있었다. 점순이와 혼례를 시켜 달래는데, 장인 사람이 키가 커야지 하면서 점순이 키를 가리키는 동상도 집 뒤편에 서 있다. 소설 '봄봄'에 나오는 장면이다. 점순이 키가 크거든 혼사를 맺어 준다는 말에 홀딱 넘어간 것이다.

 

김유정생가와 문학관을 구경하고 나오니 다시 가는 비가 내린다. 이곳에 몇 번 와서도 산길로만 들어섰으니 실레마을을 다 구경하지는 못하였다. 실레이야기길은 물론 멀리 한들의 팔미천에 있는 산골나그네의 덕돌네 주막터와 물레방앗간터는 아예 걸음도 못하였다. 점순이 덕돌이 덕만이 등 등장인물을 다 만나자면 이곳 무대인 소설 12편 외에 아름다운 토속어로 쓴 그의 소설을 다시 다 읽고 와야 할 것 같다. 그러고 실레이야기길을 걸으며 돌아봐야 한다. 오늘도 소설 속 무대를 몇 걸음만 걷고 막국수 한 절음하고 떠난다. 

    

  

교통편 : 경춘선 상봉역 승차, 72분 뒤 김유정역에서 내려 김유정문학촌은 걸어서 5분이다.

 

 

 

 

 

김유정역에서 떠나 만부방길을 거쳐 금병산에 갔다가 동백길을 따라 내려왔다

 

 

 

 

 

김유정이 세운 간이학교 금병의숙이 있었던 터이다. 김유정기적비가 서 있다

 

 

 

 

 

동백꽃. 생강나무를 이곳에서는 동백꽃이라 한다.

산수유보다 잎자루가 짧아 가지에 붙은 것처럼 보인다.

 

 

 

 

 

금병산으로 올라가는 만무방길

 

 

 

 

동백꽃길 소나무숲은 아름답다

 

 

 

 

김유정문학관

 

 

 

 

김유정생가. 점순이가 닭싸움을 시킨다

 

 

 

 

김유정생가에 핀 동백꽃

 

 

 

 

 

김유정이야기집 전시실

 

 

 

 

소설 '동백꽃' 표지

 

 

 

 

근식이가 계숙이와 들병이의 꾐에 빠져 자기 집 솥을 훔쳐 나온다 (소설 '솟'에서)

 

 

 

 

 옛 김유정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