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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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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 알곡을 골라내는 키질, 껍데기는 가라

향곡[鄕谷] 2018. 5. 9. 10:19

 

 

알곡을 골라내는 키질, 껍데기는 가라

 

 

 

 

키 / 충북 제천시 영천동

 

 

 

학교 다닐 때 어느 날 아침, 이웃집 아이가 키를 쓰고 박바가지를 들고 우리 집에 온 적이 있었다.  그 당시는 아이들이 오줌을 싸면 그렇게 해서 소금을 꿔오라고 시켰다. 원래는 '너 오줌 쌌구나' 해야 하는데, 어머니는 물어보지도 않고 소금을 담아주었다. 당시에는 그것이 창피를 줘서 오줌 싸는 것을 막아보려는 방법이었다. 지금 같아선 아이의 인권문제를 들먹일 것 같다. 키를 알곡을 골라 내는 용도나 오줌싸개용 덮개로 본 것은 거의 비슷한 시기였다. 

 

키는 알곡을 골라내는 기구이다. 추수를 하면 알곡, 검불, 돌, 쭉정이 등이 섞여 있다. 적은 양이면 그것을 키에 담아 아래 위로 흔들어 바람을 내며 까불러 분리를 하는 작업이 키질이다. 키질을 하면 검불이나 가벼운 껍데기는 날려서 밖으로, 돌이나 쭉정이는 키 앞머리에, 알곡은 우묵한 뒤로 모인다. 키질이 서툴면 알곡이 밖으로 날아가버린다. 닭들은 알곡이 날려오는 것을 노리고 이미 곁에 와서 기다리고 있다. 키질도 훈련이 있어야 하고 요령이 있어야 한다. 세상에 거저 되는 일은 없다.

 

키는 소나무 판자로 모양을 내고, 싸리나 왕골 또는 대나무로 바닥을 만들고, 칡넝쿨로 엮어서 만들었다. 싸리나 왕골로 만든 바닥에 구멍이 나면 헝겊을 대서 꿰매서 썼다. 키에서 우묵한 안쪽을 쿰치, 중간을 바닥, 끄트머리는 술, 옆에 달린 것을 날개라 한다. 날개는 바람을 조절하는 역할도 있겠지만 옆으로 떨어져 나가는 알곡을 막는 역할이 크다. 키질을 해서 바닥에 떨어진 곡식을 한 알이라도 아꼈다. 작은 곡식 알맹이를 키질하면 빗방울 소리가 나고, 콩 처럼 굵은 곡식은 우박이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빗소리처럼 쏴쏴 들리는 키질 소리를 들은 지도 오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