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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 추억의 별미

향곡[鄕谷] 2018. 6. 11. 11:48

 

 

 

 

 

도시락 / 추억의 별미

도시락은 순 우리말, 옛말은 도슭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음식을 담아 간편하게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그릇이 도시락이다. 도시락은 순 우리말이다. 한자는 없고, 옛말은 '도슭'이었다. 도시락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았다. 도시락 역사는 사람들이 음식을 가지고 다니던 역사이니 오래되었다. 조선 중기 김천택이 편찬한 시조집인 청구영언(靑丘永言. 1728년)에 도슭이 나왔다.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에, '지게에 질머 지팡이 바쳐놓고 새암을 찾아가서 점심도슭 부시고, 곰방대를 톡톡 털어 닢담배 픠여 물고 코노래 조오다가' 하는 글이 나온다.  점심도슭을 부시다는 것은 점심도시락을 먹었다는 것이다. 바가지나  나무곽에 연잎이나 토란으로 싼 도시락이 아니었을까? 잎담배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이 광해군 때(1618년)이고, 도시락의 역사는 그 전일 것이다.

 

국민학교 3학년 때만 해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혼식 장려 시절이라 도시락에 보리밥이 섞여 있는지 식사 전에 검사를 하였다. 보리밥을 안 섞은 학생들은 친구로부터 보리쌀 몇 알을 가져와 섞어놓았다. 도시락을 못 싸 온 학생들은 빈 도시락에 구호용 강냉이죽이나 강냉이빵을 담아주었다. 어떤 학생들은 그걸 먹고 싶어 밥과 바꿔 먹기도 했다. 겨울에는 석탄난로에 도시락을 데워 먹기도 했는데, 공부시간 중에 선생님이 탄내가 난다며 도시락 위치를 아래 위를 바꾸도록 시간을 주기도 했다.

 

점심시간에 고추장과 김치, 까만 콩을 넣어 흔들어 먹는 도시락 맛, 소풍 가서는 모처럼 밥 위에 노랗게 부친 달걀후라이를 보면서 즐거워했다. 열차에서 사 먹던 도시락도 별미였다.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은 속이 아파 밥을 못 먹는다며 도시락을 못 싸온 학생에게 도시락을 주고서, 자전거를 타고 시내 가서 식사를 하고 오시던 일은 말씀을 안하셔도 우린 다 알았다. 수업료도 대신 내주던 선생님이셨다. 국민학교 때 나도 집안에 어려움이 있어서 도시락을 싸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집이 가까워서 집에 가서 호박범벅으로 점심을 먹고, 오후 수업에 허겁지겁 들어갔었다. 도시락에는 아련한 추억이 담겨 있고, 추억의 별미는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