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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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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가지 / 박 바가지는 없어지고, 바가지란 말은 많아지고

향곡[鄕谷] 2018. 8. 24. 12:02

 

 

 

바가지

박 바가지는 없어지고, 바가지란 말은 많아지고

 

 

 

 

 

 

 

 

박으로 만든 그릇이 바가지다. 박은 여러 가지 그릇의 용도로 쓰기 위해 심은 작물이었다. 물을 뜨고, 간장을 뜨고, 팥죽을 푸고, 씨앗을 담던 바가지였다. 밥을 담아 먹기는 했으나 상 위에 올려놓고 먹지는 않았다. 어른들이 복 나간다고 그랬는데, 보기 싫어서 그랬지 않았을까 싶다. 혼례 때 함을 받으면서 사주를 받는 그릇으로도 썼는데, 지금도 예전처럼 함바가지를 쓰는 사람이 있어서 인터넷으로 팔고 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바가지의 용도는 다양했다. 원효대사가 바가지를 두드리며 다녔다는 얘기가 있다. 그것은 목탁 대용이었다. 농가에서는 새를 쫓을 때 바가지를 두들겼다. 소리가 컸으니 적절한 용구였다. 전통혼례 때는 신랑이 신부집에 올 때 엎어놓은 바가지를 밟고 들어왔다. 신성한 혼례에 잡귀를 물러가게 하기 위해서였다. 사람이 죽어 관을 내갈 때도 맨 앞사람이 바가지를 밟아서 깼다. 역시 잡귀를 쫓기 위해서였다. 바가지는 그렇게 주술용으로도 쓰였다.

 

바가지로 쓰는 여러 말이 있다. '바가지를 긁다'는 아내가 남편에게 하는 불평과 잔소리를 이르는 말이다. 예전에 병이 났을 때 바가지를 긁어 잡귀를 쫓았는데, 자주 들어서 듣기 다는 그 말을 여기에 쓰게 되었다는 얘기가 있다. '바가지를 쓰다'는 돈을 과하게 지불하거나 부당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바가지를 차다'는 쪽박을 찬다는 말이니, 빈털터리가 되었다는 말이다. 박 바가지는 없어지고, 바가지란 말은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