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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세월 속으로

성냥으로 불을 켜던 시절

향곡[鄕谷] 2018. 12. 13. 20:32

 

 

 

 

성냥으로 불을 켜던 시절

 

 

 

 

팔각통 유엔성냥

 

 

 

 

학교 다닐 때 전북 장수에서 겨울 봉사활동을 마치고 무주구천동에 간 적이 있었다. 여관방을 얻었는데, 우리 보고 아궁이에 나무로 불을 넣으라고 하였다. 찬바람은 불고, 손은 곱고, 성냥은 눅어서 켜지지 않고 몇십 분을 그렇게 성냥과 씨름한 적이 있었다.  

 

아주 먼 옛날에는 불은 부싯돌로 일으켰는데, 그다음에는 소나무 끝에 황을 찍어 말린 것에 비벼서 불을 만들었다. 성냥은 석류황(石硫黃)에서 비롯된 말이다. 돌처럼 굳힌 유황을 얇게 만든 나무 끝에 묻혀 불을 붙이는 것이 성냥이다. 재료의 이름을 따서 한자어인 석류황이라 했는데, 성뉴황, 그리고 성냥으로 변하여 고유어처럼 되었다. 어른들이 성냥을 방언으로 다항이라 했는데, 그 유래는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에 성냥이 처음 들어온 것은 1880년 일본에 수신사로 갔던 김홍집을 따라간 개화승 이동인이 가져왔다. 일제 때는 일본인들이 지은 성냥공장이 있었고, 해방 후에도 성냥공장이 많았다. 아궁이나 호롱불에 불을 붙이거나, 1970~80년대까지도 성냥으로 담뱃불이나 석유곤로에 불을 붙였다. 다방이나 음식점에서 홍보용으로 성냥을 돌리기도 하고, 계산대에는 명함이 아니라 성냥을 두었다. 성냥갑을 취미로 모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다가 라이터가 나오고 가스와 자동점화기가 등장하면서 성냥의 수요는 줄어들었다. 이제는 케잌에 불을 붙이는 성냥 정도만 볼 수 있다. 백 년 만에 성냥의 운명이 바뀐 것이다. 덴마크의 작가 한스 안데르센이 쓴 '성냥팔이 소녀'를 읽던 아이들이 성냥이 무어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지난 달에 진도에서 더 내려간 관매도 어느 가게에서 성냥을 파는 것을 보았다. 팔각통인 UN성냥이었다. 오랜 세월 우리와 같이 하였던 성냥이라 반가웠다. 이제는 성냥으로 불을 켜던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홍보용 성냥

 

 

 

 

사각통 돈표성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