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꽃잎을 바르던 미닫이
미닫이 / 창덕궁 (서울 종로)
어릴 때 살던 집에는 미닫이가 있었다. 문을 열고 닫는 방법에 따라 앞뒤로 열었던 여닫이, 밀고 닫았던 미닫이, 이들을 합한 몰아서기가 있다. 보통 미닫이 바깥에 여닫이를 두었다. 미닫이는 문지방 아래나 벽 중간에 머름이라는 공간을 두고 그 위에 미닫이를 끼워 만들고, 바깥에는 여닫이를 해 달았다. 겨울이 오기 전에 온 식구가 우물가에 가서 물을 품어서 창틀을 씻고 창호지를 발랐다. 미닫이나 여닫이 손이 가는 쪽에는 국화꽃이나 국화잎, 맨드라미 등 꽃밭에 있는 꽃잎을 붙였는데, 그러면 손이 가더라도 문이 덜 해지고 계절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꽃과 잎을 볼 수 있었다. 겨울에 춥지 않으면 여닫이는 그냥 열어 놓고 미닫이만 닫아서 환한 햇볕을 방안 가득히 맞이하였는데, 방에 누워 있으면 편안하였다. 미닫이에 손잡이가 없으면 잘 찢어지고, 장난을 치다가 구멍이 나기도 했다. 찢어지거나 구멍이 나면 그 자리를 오려내고 새로 발랐다. 편안하고 자연미가 있는 그 아름다운 공간을 찾아보기가 이제는 쉽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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