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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세월 속으로

달걀꾸러미

향곡[鄕谷] 2019. 1. 19. 10:58

 

 

 

달걀꾸러미

 

 

 

 

 

 

 

닭은 빛이 오는 것을 알리는 태양의 새라 한다. 그래서 아침마다 우는 것이다. 닭의 울음은 때를 알리는 시보(時報)이기도 하다. 그 닭 울음소리를 듣고 일어나고, 그 울음소리를 듣고 맹수와 도둑은 도망을 갔다. 닭은 알을 낳고도 울었다. 그때는 탄생의 의미이다. 서산대사는 낮닭이 홰를 치며 울자 의문이 풀리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닭의 울음은 우리에게 여러모로 일러주는 바가 있다. 닭의 고어는 'ㄷ·ㄺ'이고, 그 전에는 'ㄷ·ㄹ' 또는 'ㄷ·ㄱ'이었다. 지금 말로 풀어쓰면 '달' 이나 '닥' 또는 '독'이다. 제주도 말에 달걀을 독새끼라고 말하는 것이 그 말의 잔재이다.

 

초등학교 때 우리 집에서 닭을 키웠다. 닭이 울면 쫓아가서 금방 낳은 달걀을 들고 나왔는데, 닭의 온기가 남아 있어서 따뜻했다. 닭은 달걀을 가지고 나와도 그다지 거부감이 없다. 닭은 품은 알은 끝까지 지키지만 낳은 알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 않았다. 지금은 달걀을 사서 먹게 되어 가게에서 한판씩 들고 오지만, 장날 구경을 갔다가 달걀꾸러미로 파는 달걀을 보자 어릴 적에 닭모이를 주고 닭장에 들어가서 닭의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달걀을 꺼내오던 생각이 났다. 꾸러미로 파는 사람들은 집에서 키운 닭이 낳은 것일 테니 말이다. 짚을 추려 만든 달걀꾸러미도 이젠 농촌장에서도 겨우 볼 수 있는 세월 속의 물건이 되었다.

  

 

 

 

달걀꾸러미 / 용문장 (2016.4.15)

 

 

 

달걀꾸러미 / 강화장 (2011.3.13)

 

 

 

 

닭둥우리 / 김유정생가 (강원 춘천. 2017.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