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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가 있는 풍경/세월 속으로

쥐불놀이 / 논두렁을 태우며 풍년을 기원하던 풍습

향곡[鄕谷] 2019. 2. 10. 20:26

 

 

 

쥐불놀이

논두렁을 태우며 풍년을 기원하던 풍습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대놓고 하는 불놀이가 있었다. 그것은 논두렁 태우는 쥐불놀이였다. 농부들은 음력 정월 첫 번째 자(子) 자(字)가 든 날을 쥐 날(上子日)이라 하여 이날 쥐를 없애기 위해 들에 나가서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웠다. 논두렁과 밭두렁을 태우면 쥐도 잡고, 해충도 없애고, 나중에 싹도 잘 자라기에 농사에 필요한 일이다. 이 때는 바람이 불어 잘못하다가는 화재의 염려가 있을 시기여서 조심스럽기 도 했다. 바람이 불면 날을 따로 잡기도 한다. 논두렁을 태울 때 논물에 빠지기도 하고 옷을 태워 혼나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솔가지를 꺾어서 불이 논이나 밭 바깥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도 하는 임무를 부여받기도 한다. 

 

아이들 쥐불놀이는 깡통 돌리기 불놀이였다. 깡통은 통조림통을 구해서 구멍을 내고 철사줄을 이어서 만들었다. 관솔이나 솔방울에 기름이 묻은 헝겊을 넣고 불을 붙였다. 대부분 논이나 밭 넓은 곳에서 했다. 우리는 소도시에 살아 야산에 올라가서 깡통 돌리기를 했다. 원심력을 이용하여 빙빙 돌리면 밤하늘에 둥그런 원이 보이고 윙윙 소리가 났다. 팔이 떨어져라 돌리다가 놓으면 떨어진 곳에서 불이 나기도 했다. 산 주인은 산소에 불 낸다고 긴 장대를 들고 다니며 깡통 돌리는 아이들을 쫓아내고,아이들은 한쪽숨어 있다가 이리저리 나타나 산 주인 애를 태웠다. 다시 하기 어려운 한 때에 불놀이였다.

 

 

 

 

밭두렁 태우기 / 강화도 (인천 강화. 2011.3.13)

 

 

 

논두렁 태우기 / 교동도 (인천 강화. 2014.3.27)

 

 

 

쥐불놀이 깡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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