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시대
라디오는 넓은 의미로 무선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전파를 수신하는 기계를 말한다. 1895년 이탈리아 마르코니가 무선기계를 발명하고 라디오가 세상에 등장하였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에 경성방송국이 1927년 첫 라디오 방송을 개시하였으니 라디오가 들어온 시기는 아직 백 년이 안 된다. 당시에는 마을마다 삐삐선으로 연결한 라디오로 주파수를 선택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텔레비전에 이용 순위가 밀리고, 다시 핸드폰이 그 기능을 대신하고 있으니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초등학교 때 우리집에 라디오는 가죽 덮개를 씌운 라디오였는데, 한밤중 도둑이 들어서 가져갔다. 그때만 해도 라디오는 귀한 물건이었다. 그리고 구입한 것이 PC글자판 만한 직사각형 큰 라디오였다. 다이얼은 주파수와 소리를 맞추는 것이 전부인 간단한 것이었다. 그 라디오로 뉴스를 듣고 유행가를 듣고 드라마를 듣고, 이광재아나운서가 중계하는 권투와 축구중계도 들었다. 중학교 입학때는 라디오로 합격자 발표를 하였는데 라디오 앞에 친척들과 모여 마음 졸여서 듣다가 내 수험번호가 나오자 모두 박수를 쳤다. 그리고 시골 전신전화국에서 소식을 기다리던 어머니께 합격하였다는 시외전화를 하던 일이 눈에 선하다.
텔레비전과 핸드폰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라디오는 아직도 건재하다. 텔레비전은 사람을 붙잡아 두지만 라디오는 눈과 몸을 붙잡지는 않는다. 눈을 감아도, 다른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가 있다. 비록 시간을 소비하는 기계라고는 하지만 텔리비전 보다는 구속력이 덜하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지방 라디오방송국에서 대담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방송국에서 녹음해준 테이프가 지금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아버지 목소리다. 라디오는 추억의 소리상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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