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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숲향 이야기

밥이 있는 밥나무

향곡[鄕谷] 2019. 2. 1. 12:08

 

 

 

밥이 있는 밥나무

 

 

 

 

쌀밥을 담아 놓은 것 같은 이팝나무 / 한강 잠실지구 (2015.5.6)

 

 

 

 

모두 쿵더쿵 방아를 찧어 밥을 해 먹는데, 신라의 백결선생의 거문고 소리에는 명절에 식구들에게 밥을 먹이지 못하는 애틋한 가락이 담겨 있다. 명절에 먹는 밥은 또 다르다. 예전부터 명절이나 제삿날, 생일에는 쌀밥을 먹었다. 쌀밥은 이밥이라 불렀다. 이밥에 고깃국은 없는 사람들에게는 선망하는 끼니였다. 그들에게 정월 대보름에 먹는 찰밥과 오곡밥과 약과는 그림에 떡이었다.

 

그 옛날 우리 조상들은 춘궁기를 많이 겪었다. 없이 살아서 그러한지 식물 이름에 밥이 들어가는 나무 이름이 많다. 쌀밥을 담아 놓은 것 같은 이팝나무, 꽃이 조밥을 섞은 듯 조팝나무, 나뭇가지에 밥알(밥 티) 모양이 달리는 박태기나무, 씨가 보리밥 같이 생겼다고 보리밥나무, 까치와 까마귀가 잘 먹는다는 열매인 까치밥나무와 까마귀밥나무가 있다. 조팝나무에도 조팝보다 낫다는 참조팝나무를 비롯하여 산조팝나무, 당조팝나무, 갈기조팝나무, 인가목조팝나무, 꼬리조팝니무, 공조팝나무가 있다. 밤나무도 밥나무에서 변한 말이라고 하며, 풀에도 조밥나물, 좁쌀풀, 며느리밥풀과 괭이밥 종류가 여럿 있으니 종류를 다 들라면 많기도 하다.

 

명절이 다가오면 없는 사람은 더 춥고, 배는 더 고프다. 명절만이라도 밥나무에 달린 꽃처럼 밥을 골고루 나누어서 배를 곯지 않고 지냈으면 좋으련만. 이 애틋한 심정을 나무 이름에 붙인 것이 현실이 되어, 모두가 배를 주리지 않고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참으로 좋으련만.

 

 

 

이팝나무 / 도솔봉 (경북 영주, 예천. 2009.5.9)

 

 

 

 

조팝나무 / 연인산 (경기 가평. 2007.4.28)

 

 

 

 

조팝나무 / 경북 안동 (2010.5.2)

 

 

 

 

 꼬리조팝나무 / 아미산 (강원 홍천. 2007.8.15)

 

 

 

 

공조팝나무 / 서울 성북구 (2017.5.9)

 

 

 

 

 인가목조팝나무 / 연인산 (경기 가평. 2014.5.17)

 

 

 

 

참조팝나무 / 귀목봉 (경기 가평. 2013.6.15)

 

 

 

 

 박태기나무 / 석모도 (인천 강화. 2012.4.28)

 

 

 

 

 보리밥나무 / 천리포수목원 (충남 태안 2013.11.3)

 

 

 

 

 까마귀밥나무 / 고려산 (인천 강화. 201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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