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이름 식물
15세기 문헌에는 도깨비가 돗가비로 나온다. 지금도 돗가비로 부르는 어른들이 있다. 돗가비는 돗+아비에 ㄱ이 첨가된 말이다. 돗가비는 수다스럽고 능청맞게 변덕을 부리는 아비이다. 어른들 얘기로는 부지깽이나 절굿공이, 키, 홍두깨가 도깨비로 변한다는 얘기도 했다. 그런 물건은 여성들이 쓰던 물건이니 변덕스러운 것을 지칭한 것이거나 여성들의 한을 나타낸 것으로, 그러한 뜻을 함축하여 얘기한 것이라 생각한다.
귀면기와에서 볼 수 있었던 도깨비를 어른들은 이야기로 가끔 하셨다. 아버지가 농촌 학교에 계실 때 어머니가 겪은 도깨비 얘기를 하신 적이 있었다. 나를 업고 이삼십리 떨어진 의원에 다녀오는데 컴컴해져 논둑길을 걸어올 때 도깨비를 만났다는 것이다. 빨리 걸으면 빨리 따라서 오고, 천천히 걸으면 천천히 따라오는데, 밤이니 뿔이 보일 리는 없고 불을 켜고 따라왔다는 것이다. 그때는 늑대가 있었으니 늑대가 따라왔는지는 모르겠다.
식물에 도깨비가 들어가는 것이 있다. 도깨비가지, 도깨비바늘, 도깨비부채, 도깨비사초, 도깨비쇠고비, 도깨비엉겅퀴가 그것이다. 모두 가시가 있거나 잎 가장자리가 뾰족하거나, 사람이나 동물에 달라붙는 것들이다. 도깨비의 뿔을 식물의 가시나 달라붙는 이미지에 접목한 이름이다.
얼굴박물관에 가서 도깨비 형상을 보니 무서운 모습으로 보이기도 하고 다감하기도 하다. 도깨비는 자연귀(自然鬼)이다. 얘기 속에서는 신통력이 무궁한 도깨비방망이도 있다. 신통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염원을 나타낸 얘기였다. 잘 다루면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