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댑싸리와 비짜루 / 빗자루 만드는 풀, 빗자루 닮은 풀

향곡[鄕谷] 2020. 12. 21. 12:15

 

 

댑싸리와 비짜루

빗자루 만드는 풀, 빗자루 닮은 풀

 

 

 

어릴 때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일은 마당을 쓸었고, 학교에 다녀와서 숙제하기 전에는 방마루를 청소하고 공동수도에 가서 물을 받아 두멍(물독)을 채웠었다. 겨울에는 아궁이에 땔감으로 쓸 잔가지나 가랑잎을 모아 오기도 하였다. 마당은 집 밖에 큰길이 나 있는 먼 곳까지 쓸었다. 마당 쓸기에는 수수비는 짧고 굵어서 힘이 들고, 댑싸리비가 손으로 잡기 좋고 힘도 덜 든다. 싸리나무 비로 쓸면 마당이 파이고, 어른들은 마당 밖으로 흙을 쓸어내면 복 나간다고 했다.

 

'댑싸리'는 '대싸리'라고도 하는데, 우리 클 때는 동네 산에서 많이 볼 수 있었다. 어릴 때 부르는 동요 '리리 릿자로 끝나는 말'에 '괴나리 보따리 댑싸리 소쿠리 유리 항아리'의 그 댑싸리이다. 댑싸리는 명아주과인 1년생 풀인데, 줄기가 곧추 자라서 키가 1~2m는 되고 가지가 많이 나온다. 7~8월에 꽃이 피고, 잎은 길쭉하고 잎 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오뉴월 염천에 댑싸리 밑에 개팔자로구나'하는 속담처럼 다북다북 자라는 댑싸리다. 댑싸리가 크면 말려서 빗자루를 만들었다. 마른 댑싸리를 묶어 놓으면 야무지고 단단하다. 싸리비를 만드는데 싸리나무는 아니기 때문에 '댑싸리' 또는 '대싸리'라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에는 붉은색 댑싸리도 있다.    

 

댑싸리를 닮은 풀로 비짜루가 있다. 백합과 여러해살이풀인데 암수 꽃이 따로 핀다. 줄기는 둥글지만 모가 조금 나고, 위쪽에서 가지가 많이 나서 더부룩한데, 휘어지기도 한다. 잎은 매우 가늘고 짧다. 바람이 불면 끊어질 듯 여리다. 전체 모습이 빗자루를 닮았다고 '비짜루'란 이름을 얻었다. 열매는 콩알 만하고 붉게 익는다. 열매는 줄기가 엎어질 정도로 많이 달린다. 어린순은 삶아서 나물로 먹고, 국거리로도 쓰고, 말려서 묵나물로도 쓴다. 비슷한 식물에 '방울빗자루'가 있다. 비짜루에 비해 꽃은 황록색이고 크며, 꽃이나 열매는 자루가 좀 더 길다. 유럽 원산 식물로 화단에 심는 아스파라거스도 댑싸리나 비짜루를 닮았다.  

 

수수빗자루나 갈대빗자루도 있지만 요즈음엔 화학섬유로 만든 빗자루가 많다. 빗자루는 청소용구지만 망자를 보낼 때 새 빗자루로 망자를 씻었다. 서양 민담에서는 빗자루에 악의 정령이 들었다고 해서 마녀가 빗자루를 타고 등장하는 동화가 있다. 빗자루로 거미줄을 털어내기도 하고, 나무에 걸린 연을 걷어내기도 했다. 빗자루는 때로는 체벌도구가 되기도 했다.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보면 '빗자루'란 동시가 있다. '누나하고 나하고 / 가위로 종이 쏳았을 때 / 어머니가 빗자루 들고 / 누나 하나 나 하나 / 엉덩이를 때렸소 / 방바닥이 어지럽다고 -- '라는 시다. 어머니의 매질이 그리워서 썼을 것이다. 겨울이 되니 몽당 빗자루를 들고 눈 내린 마당을 쓸던 시절이 나도 그립다.   

 

 

 

 

댑싸리 (9.2)

 

 

댑싸리 (9.2)

 

 

댑싸리 (10.18)

 

 

비짜루 (5.16)

 

 

비짜루 (6.28)

 

 

비짜루 (10.18)

 

 

 

방울비짜루 (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