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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곡 산 방 ( 鄕 谷 山 房 )

자연의 향기/풀,들꽃

앉은부채 / 부처님처럼 가부좌를 하고 앉아

향곡[鄕谷] 2021. 3. 16. 11:17

 

앉은부채

부처님처럼 가부좌를 하고 앉아

 

 

과명 : 천남성과

개화 : 2~4월

분포 : 경기, 강원, 경북

 

 

 

 

앉은부채 (2021.3.13 남한산성)

 

 

 

꽃차례의 모습이 가부좌를 하고서 앉아 있는 부처님 모습에 비유하여 '앉은부처'라고 하다가 앉은부채가 되었다. 산지에 그늘진 경사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겨울이 막 지나고 눈 녹은 물이 녹아 흐르는 산길을 지나가다가 드물게 볼 수 있다. 꽃은 잎보다 먼저 피는데 방망이 모양으로 툭 틔어 나온 꽃대 주위에 꽃자루가 없는 잔꽃이 핀다. 꽃차례를 싸고 있는 타원형의 얼룩무늬 포엽은 부처님 상 광배처럼 둘러서 있다. 전체에서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유독성 식물인데, 새들은 이 열매를 뜯어먹는 걸 보면 독성에 견디는 내성이 사람과 다른 것 같다.

 

3월 중순경 남한산성에 갔다가 꽃이 핀 앉은부채를 보았다. 흰 눈이 주변에 있어도 활발한 물질대사로 열을 방출하여 눈을 녹인다는 식물이다. 음지에는 눈이 드물게 남아 있지만 대부분 녹고 없다. 이 궁벽한 계곡에 부처님이 가부좌를 하고서 앉아 계시니 곳곳에 부처님이 계신다는 말이 생각난다. 겨울바람에 나무가 꺾이는 소리를 듣고, 때로는 계곡을 덮는 눈을 맞으며 피어난 꽃이다. 가부좌를 하고 바람을 맞이하며 계곡의 물소리를 듣고 있다. 사바세계에 나온 것이다. 사바세계는 말 그대로 참고 견디어 가는 세상이다. 나는 누구일까 물어보면 근원적 삶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다는데, 앉은부채는 가부좌를 하고서 삶의 숙제를 풀고 있다.

 

같은 자리에 피어나는 풀 한 포기도 그 모습이 다르다. 풀은 늘 버리고 새로 태어나기에 그러하다. 풀처럼 꽃처럼 년년세세 새로 태어날 수 있어야 신선하다. 산다는 것은 그렇게 자신을 창조하는 것이다. 곤충이 없는 이 계절에 나와 살아가는 모습이 가상하다. 잎은 꽃이 핀 후 돌돌 말려 피기 시작하고 5월이 되면 손바닥보다 큰 잎을 펼치며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눈 녹은 계곡에서 내 정신을 번쩍 나게 한 풀이다.

 

 

 

앉은부채 (2021.3.13 남한산성)

 

 

앉은부채 (2021.3.13 남한산성)

 

 

앉은부채 (2021.3.13 남한산성)

 

 

앉은부채 (2021.3.13 남한산성)

 

 

앉은부채 (2021.3.13 남한산성)

 

 

앉은부채 (2021.3.13 남한산성)

 

 

앉은부채 (2020.4.1 축령산)

 

 

앉은부채 (2020.4.8 천마산)

 

 

앉은부채 (2013.5.11 청계산(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