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쓴풀
아름답지만 쓰다
과명 : 용담과
다른 이름 : 수황 연, 장야채, 어단초
개화 : 9~10월
분포 : 전역
꽃말 : 지각, 고초(苦草)
자주쓴풀은 '자주색 꽃이 피는 쓴풀'이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다. 자주쓴풀은 늦가을 깊은 산 양지에서 자라는 두해살이풀이다. 오래전에 큰 산에서는 가끔 보았는데, 최근에 남한산성에서 산행하다가 외진 곳에서 자라는 자주쓴풀을 여러 포기 보았다. 용담과 풀이 원래 쓰다고 하는데, 용담보다 10배는 더 쓰다는 풀이다. 9월 중순경부터 꽃차례가 보이더니 9월 하순에 하나 둘 피고, 10월에 들어서니 대부분 피었다.
줄기는 네모가 지고 곧게 섰다. 줄기 밑에서 위로 가지가 고루 갈라져서 나온다. 밑에 가지는 길고 위에 것은 짧다. 잎은 껍질이 변해서 된 가시처럼 뾰족하다. 그리 넓지도 않은 잎이 아래로 내려올수록 더 좁아진다. 줄기 위쪽 잎 겨드랑이에서 연한 보라색 꽃차례가 여러 개 희끗희끗 보이다가 드디어 펼치고 나온다. 꽃은 별 모양처럼 생겼다. 꽃의 지름은 잎 길이 정도 되는데, 꽃잎이나 꽃받침이 모두 깊게 갈라진다. 꽃잎에 줄이 선명하여 한결 아름답다.
자주쓴풀 꽃말은 고초(苦草)로 쓰다는 뜻이다. 세상 살면서도 쓴맛이 있다. 조선시대 문인 유희(柳僖. 1777~1837)가 있다. 그는 한글을 연구한 국어학자로 연구서로 '언문지'를 남겼다. 그는 실학적 사유를 담은 글도 많이 썼는데, '세상 사는 맛'에 대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가 쓰기를 '세상에는 온갖 맛이 다 있다. 자기가 체험하는 삶의 내용에 따라 맵기도 하고 달기도 하다. 단 것은 내 복이요, 쓰고 매운 것은 나의 분수이다. 분수를 넘어서고 운명을 어긴다면 큰 손해를 불러들일 것이다.' 하였다.
자주쓴풀이 아름답지만 쓰듯, 세상살이도 그러하다. 인생을 살면서 투정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해결책이 아니었다. 세상 살면서 쓴 경험은 몇 번씩은 다 겪는다. 그게 나의 분수이거니 하고 넘어가야 더 큰 화를 막는다. 그런 일을 당한다면 그저 참고 견딜 밖에. 또 내가 덕이 없어서 그렇거니 여긴다. 자주쓴풀을 보고 세상 살면서 쓴맛을 생각해 보았다. '세상 사는 맛'은 사람에 따라서 또는 시간이 지나가면서 달라질 것이다. 쓰고 맵다고 해서 안 볼 수 없는 것이 세상살이다. 시간 가면 모두가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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